기자와 정치..."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기자와 정치..."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 오풍연
  • 승인 2020.02.03 17:44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라고 정치를 못할 이유 없지만 자칫 정치에 잘못 뛰어들면 모든 것 잃게 돼

[오풍연 칼럼]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3일 결국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사필귀정이다. 너무 욕심을 냈다. 본인은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게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 번 상처가 나면 아물기 쉽지 않다. 세상이 자기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김의겸도 그랬을 것이다. 흑석동 부동산 차익 등을 모두 기부하면 국민들이 이해할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면 단견이다. 국민들은 처음 행위 시점을 더 머리에 떠올린다. 기부보다는 부통산 투기에 꽃힌다는 것. 그래서 가장 밑바닥부터 훑어 보아야 한다. 행여라도 흠 잡힐 구석이 없는지. 김의겸은 그것을 소홀히 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물러나기를 잘 했다. 만약에 공천을 받았다고 해보자. 그럼 공공의 적이 됐음은 물론이다.

 기자와 정치. 유혹을 받기 쉬운 자리다. 특히 정치부 취재를 하다보면 정치인들을 많이 만나고, 볼 것 못 볼 것 많이 본다. 그러면서 그들과 정도 든다. 더러 영입 제의도 받는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2004년 지금의 민주당 관계자로부터 “정치를 해 볼 생각이 없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하루 정도 생각한 뒤 정중히 거절했다. 내가 농담삼아 이런 말을 한다. “나는 지끔 쯤 4선은 될 것”이라고.

 지금 와서 생각해도 그 때 정치를 하지 않은 게 가장 잘한 결정이다. 현재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한다. 나에게 진영은 없다. 오직 내 눈높이로만 본다. 기자 출신 정치인을 보자. 크게 두각을 나타낸 사람은 없다. 정동영이 대선 후보까지 나갔지만 콘텐츠 부족 등으로 참패를 한 바 있다. 기자들은 공부를 많이 안 한다. 정동영은 그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야에 기자 출신 정치인이 몇몇 있다. 내가 칭찬한 사람은 없다. 청와대 대변인까지 지낸 민경욱 의원은 말이 너무 거칠고, 박영선 의원은 장관을 하고 있지만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민병두 의원은 성추문에 휩쓸리기도 했다. 딱히 존재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들 고만고만하기 때문이다. 취재를 할 때와 배지를 달고 난 뒤는 또 다르다.

 각자의 영역이 있다. 기자라고 정치를 못할 이유는 없다. 특히 김의겸이 정치를 하지 않고, 계속 기자를 했더라면 더 주목을 받았을 것이다. 정치에 뛰어들면서 모든 것을 잃다시피 했다. 그것도 자기가 한 결정이라 누구를 탓할 수도 없을 게다. 문재인 정권은 한겨례 신문 출신들과 유독 가깝다. 김의겸은 그 덕을 보다가 수렁으로 떨어진 케이스다. 송충이는 솔잎 먹고 살아야 한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내가 글을 팔아 하루 1~10달러를 벌면 행복해 하는 까닭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