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반도체폐수 방류 계획에 '반발' 거세..."최태원 '가치 경영'과 상충"
SK하이닉스 반도체폐수 방류 계획에 '반발' 거세..."최태원 '가치 경영'과 상충"
  • 이승훈 기자
  • 승인 2020.02.0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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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피’ 저수지 논란...고삼저수지를 농업용수로 쓰고 있는 안성 지역 농민들 '시름'..."이것이 SK의 상생정신이냐?"

 

SK하이닉스 이천 반도체 공장
SK하이닉스 이천 반도체 공장

[서울이코노미뉴스 이승훈 기자] SK하이닉스가 용인에 들어설 반도체 공장의 폐수를 안성 일대의 농업용수로 쓰이는 저수지에 방류하려던 계획이 지역 농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큰 논란을 빚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122조원을 투자해 단일공장 규모로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448만㎡ 부지에 짓는다. 회사는 내년 초부터 공장을 짓기 시작해 2025년 건설을 완료하고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런데 반도체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하루에 30만톤 이상 발생하는 공장 폐수를 공장에서 6km나 떨어진 안성 고삼저수지로 방류한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고삼저수지를 농업용수로 쓰고 있는 안성 지역 농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고삼저수지는 농업용수로 쓰일 뿐만 아니라 풍광이 수려해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섬’의 주무대가 되기도 했다. 이후 고삼저수지는 낚시터 겸 관광지로 널리 알려져 사랑을 받고 있으며 저수지 인근에는 고삼저수지를 병풍삼은 전원주택 단지도 인기가 높다.

최태원 SK 회장

SK하이닉스 "철저한 수질관리로 문제 안 돼" vs. 안성 농민들 "사람들의 편견과 반도체폐수의 수온이 문제"

SK하이닉스 측은 수질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았지만 안성 지역 농민들은 사람들의 편견과 반도체폐수의 수온을 문제삼았다.

안성 지역민 A씨는 “폐수가 들어오면 토양이 죽고 친환경 농법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무엇보다도 “SK하이닉스가 아무리 수질관리를 해도 반도체폐수로 지었다는 농산물이 제대로 팔리겠느냐”고 항의했다.

또 다른 지역민 B씨는 “SK하이닉스에서 나오는 반도체폐수의 수온이 20도를 넘는다”며 수생 동물과 식물의 생태계가 바뀌어 생태계가 교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의 반도체폐수가 유입되는 이천시 부발읍의 죽당천은 구피를 비롯해 시클리드, 스워드 테일 등 다양한 열대어들이 대량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돼 유튜버들 사이에서 ‘구피천’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보통 구피는 섭씨 24~27도의 물에 산다. 겨울에 섭씨 4도 이하로 떨어지는 한국의 하천에서는 살 수 없는 어종이지만 섭씨 20도가 넘는 반도체폐수의 수온 덕에 생존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열대어 구피 (사진=pixabay)
열대어 구피 (사진=pixabay)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의 반도체 폐수 유입되는 이천시 부발읍의 죽당천, 구피 등 다양한 열대어들 대량 서식

SK하이닉스의 환경오염물질 지표관리는 엄격하다. SK하이닉스가 방류하는 반도체폐수는 BOD(생화학적 산소 요구량)가 3mg/ℓ이하로 물환경보전법 시행규칙 상 폐수배출시설에서 배출되는 수질오염물질의 청정지역 기준인 30mg/ℓ의 1/10 수준이다.

환경부의 하천수 수질환경기준상 ‘약간좋음’을 유지하고 있으며 농업용수 기준인 8mg/ℓ보다 훨씬 깨끗하다. 그 외 T-N (총 질소)수치 등 여타 기준들도 충족하고 있다.

그러나 농산물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이 '반도체폐수는 유해성이 높을 것'이라는 선입견에 따라 농산물을 구매하지 않는다면 이는 농민들이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이다. 환경부는 열대어들이 국내 수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반도체폐수의 높은 수온은 여전히 논란 중이다.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 방류 수온의 기준은 섭씨 40도다. 그러나 수질환경 분야 학자들은 이것이 너무 높다고 말한다.

한국물환경학회가 조사한 ‘하천 방류수 수온의 수생태계 영향조사 및 적정관리 방안 연구(2014)’ 환경부 보고서에 따르면 높은 수온은 “많은 물질의 용해도를 증가시키고 화학적 구성을 변화시키며 독성을 증가”시킨다. 또 “하천의 용존산소를 감소시키고 조류 번식이 증가하여 부영양화가 심해지며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킨다. 조금이라도 수온이 올라가면 생태계에 영향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공장의 수질오염물질 배출현황(mg/ℓ)
SK하이닉스 공장의 수질오염물질 배출현황(mg/ℓ)

'반도체폐수' 부정적 인식-수온 문제 논란...SK하이닉스, 최근 주민설명회 열었지만 지역 주민들 항의로 중단

반도체폐수라는 부정적 인식과 수온 문제가 논란이 되자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1일 주민설명회를 열었지만 지역 주민들의 항의로 중단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고삼저수지로 반도체폐수를 배출한다는 기존 계획을 폐기하고 10km길이의 방류관을 설치해 고삼저수지 하류로 우회한다는 수정안을 낸 상태이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은 그 역시 농업과 판매에 영향이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물환경학회는 “환경이라는 공공자원을 보전해야 한다는 대의명분과 이와는 상충되는 경제활동의 자유, 사유재산권의 보장이라는 기본적인 명제를 적절히 조화시켜 관리해야 하지만 각각의 이해관계자들을 모두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한다. SK하이닉스가 안성지역 농민들과 어떻게 합의를 볼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인 ‘사회적 가치 추구’가 미국 하버드와 스탠퍼드대에서 사례연구 주제로 채택되는 등 해외에서도 각광받고 있다고 7일 SK가 발표했다.

또, 고(故) 최종현 SK 창업주 때부터 대규모 조림사업과 해외유학 지원사업을 시작하는 등 사회공헌에 힘써온 역사를 언급한 뒤 최근엔 근본적이고 장기적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으로 ‘사회적 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공식 초청으로 ‘아시아 시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세션에 패널로 참가해 SK의 사회적 가치 추구 노력과 성과를 소개하는 등 국제 무대에서 사회적 가치 경영을 널리 전파하고 있다.

그러나 평판관리를 연구하는 한 변호사는 “평소에 구축한 기업의 신뢰자산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이 상충하는 이런 사태의 해결에 큰 역할을 한다”면서 “SK가 지역 주민들과 좀 더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상생정신을 살려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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