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7일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한참 뒤늦은 감이 있지만 잘한 결정이다. 너무 뜸을 많이 들였다. 따라서 출마 선언 효과는 그다지 없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실망할 것도 없다. 지금부터 시작하면 된다. 무엇보다 이낙연이 그렇게 넘볼 수 없을 만큼 실력 있는 강자가 아니다. 나는 이낙연이 별 것 아니라고 보는 사람 중 하나다.
나도 이낙연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직접 함께 일해본 적은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이낙연의 됨됨이에 대해 전해 들었다. 그 결과 리더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물른 내 생각이긴 하다. 이낙연은 실제보다 너무 많이 과대포장 됐다. 사이다 총리가 첫 번째다. 무슨 사이다 총리냐. 말만 조금 번지르르하게 한다.
사이다 총리는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못나서 그렇다. 공부도 않고, 말 주변도 없으니까 별볼 일 없는 이낙연한테 한 방씩 먹곤 했다. 그것을 보고 국민들은 박수를 치고, 사이다 총리라고 치켜 세웠다. 물론 정치에서 말도 중요하다. 그보다는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이낙연의 말 가운데 내용은 그다지 없다. 수사(修辭)에 그친다고 할까.
내가 황교안과 이낙연 둘을 놓고 비교한다면 황교안이 그래도 조금 낫다. 황교안은 1987년 검찰에 출입할 때부터 알고 지내온 사이다. 야당 대표로서 지도력을 보여주지 못해 그동안 많이 비판해 왔다. 그에게 “정치판을 떠나라”는 심한 말도 했다. 황교안도 그런 나에게 서운한 감정도 가졌을 게다. 오늘 출마 선언은 그래도 가뭄에 단비 같다. 반가운 소식이다. 장수는 죽더라도 전쟁터에서 죽어야 한다. 그래야 이름이라도 남는다.
황교안의 최대 장점은 성실함이다. 그를 오랫동안 보아 왔기에 그 점은 잘 알고 있다. 검사로 있을 때도, 장관으로 있을 때도, 총리로 있을 때도 성실함은 인정받았다. 그것을 무기로 삼아 선거를 치러야 한다. 종로 유권자는 의식이 굉장히 높다. 황교안처럼 성실한 사람을 좋아할 가능성이 크다. 이낙연이 성실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황교안에게 더 점수를 준다는 뜻이다.
황교안은 이날 출마 선언문을 통해 “종로를 반드시 정권심판 1번지로 만들겠다”면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민심을 종로에서 시작해 서울 수도권,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저 황교안, 제 온몸을 불살라 대한민국을 구하겠으며 무능정권, 부패정권, 오만정권의 심장에 국민의 이름으로 성난 민심의 칼을 꽂겠다”면서 “모든 국민들께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찬 문재인 정권의 가면을 벗기고 그 민낯을 낱낱이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황교안이 종로 출마 선언을 함으로써 현재 대선주자 선호도 1‧2위 후보간 대결이 이뤄지게 됐다. 현재 판세는 이낙연이 유리하다. 알 수 없는 게 선거이기도 하다. 야구처럼 9회말 장갑을 벗어보아야 안다는 말도 있다. 황교안도 위축될 필요가 없다. 여당이 똥볼을 찰 수도 있다. 이낙연의 약점을 파고들어 선거 유세를 하면 뒤집을 수도 있다. 쫄지 말고, 선거에 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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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