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IBK기업은행장, ‘백기투항’하고도 ‘선’ 넘지 않았다고?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백기투항’하고도 ‘선’ 넘지 않았다고?
  • 정우람 기자
  • 승인 2020.02.1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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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企銀 노조추천 이사 신설 여부에 주목…내주 정기인사 임박
윤종원 "노조 합의, 선 넘지 않았다..노조추천이사제 함께 노력" 밝혀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 기자] IBK기업은행의 상반기 정기인사가 오는 20일 실시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노동조합 추천 인사를 임원후보로 제청할지 주목된다.

민간은행과 달리 기업은행 임원은 주주총회에서 선임되지 않고 은행장이 추천하면 금융위원장이 임명한다. 따라서 금융권에서는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첫 인사권을 어떻게 행사할지 주시하고 있다.

10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지난주 사내게시판에 '2월 20일 정기인사를 실시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지가 올라왔다. 공지문은 20일 정기인사가 변경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기업은행의 상반기 정기인사는 보통 1월 중순 이뤄졌다. 올해는 윤종원 기업은행장에 대한 노조의 출근저지투쟁으로 지연됐다.

이번 인사 역시 기업은행 전통대로 '원샷 인사'로 진행될 예정이다. 임원과 직원 인사를 한 번에 내는 것이다. 2012년 처음 도입된 이후 기업은행 특유의 인사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인사에서 기업은행 '2인자'격인 전무이사(수석부행장)을 선임해야 한다. 전무이사는 은행장 제청으로 금융위원장이 임명한다. 이미 임상현 전 전무는 지난달 임기가 끝났다.

은행장, 전무, 감사를 제외한 사외이사 4명의 임기는 모두 내년 이후 끝난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정관상 이사를 5명까지 둘 수 있다. 따라서 신규 선임 형식으로 노조 추천인사를 이사회에 참여시킬 수도 있다. 윤 행장은 취임 후 노조추천 이사제에 대해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윤종원 행장, 취임식 전 노조와의 합의 사안에 대해 "크게 선 넘지는 않았다"...금융권 비판에 '도' 넘은 자신감

여기서 문제는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은 지난 6일 취임식 전 노조와의 합의 사안에 대해 "크게 선을 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비판에 선을 그었다는 점이다.

윤 행장은 이날 서울 을지로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조와의 합의는 서로 신뢰를 확인하고 기대를 맞춰가는 과정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조추천이사제와 관련 윤 행장은 "오랫동안 많이 생각했던 이슈"라며 "직원들의 이해가 나름대로 경영에 여론을 수렴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익히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행장이 약속한 게 아니라 같이 약속한 것"이라며 "(노조가) 어떤 분을 임명해서 그분이 이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추천이사가) 와서 여러 긍정적인 역할을 하면 다른 회사에도 잘 번질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제도화되기 힘들 것"이라며 "결국 양쪽이 같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고, 어떻게 운영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부와 기업은행이 노조의 요구를 대폭 수용함으로써 '윤 행장이 백기 투항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지난달 2일 임명된 윤 행장은 '낙하산 인사'라며 반발하는 노조의 출근 저지로 지난달 29일에야 뒤늦은 취임식 후 정식 업무를 시작했다.

여러 차례 막전,막후 대화 끝에 노조와 노조추천이사제 추진 등 6개 합의안이 담긴 선언문에 서명한 것이 결국 윤 행장의 정상 취임을 위해서 정부와 기업은행이 ‘굴복’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위해 노조추천이사제 카드까지 사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조도 역시 낙하산 인사 반대를 명분으로 노조추천이사제를 관철시키는 데 성공하며 한발 물러선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권 "금융 공기업 노조 출근 저지 통과의례화...내로남불식 청와대발() 낙하산 인사 역풍 맞은 듯" 우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노조 주도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추진해 왔다. 2017년 11월에는 KB국민은행에서, 지난해 3월에는 기업은행에서 노조추천이사제를 시도했으나 모두 불발됐다. 지난달 수출입은행도 노조가 추천한 인사가 사외이사 후보에 포함됐지만 최종 임명까지는 성사되지 않았다.

노조추천이사제는 기업 경영에 노조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반면 경영의 효율성을 해치고 과도하게 노조의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이에 노동이사제가 문 대통령의 공약임에도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3월 “은행권 종사자의 급여나 복지 수준으로 볼 때 금융권이 다른 분야보다 먼저 도입해야 할 만큼 열악하거나 불리하지 않다”며 반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금융권 전반적으로 논의가 필요한 노조추천이사제가 윤 행장을 향한 반대를 누르기 위한 '면피용' 카드로 사용되면서 이에 대한 비판을 피해갈 순 없을 전망이다. 기업은행의 사례를 이유로 다른 금융기관 노조도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금 당장 해당 제도를 추진한다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노조와 함께 검토하겠다는 내용이다”며 “그리고 이미 사외이사 중 타 금융기관 노조 출신이신 분이 있다. 이미 노조에 대한 인식을 갖고 계신 이사분이 활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경영진과 노조의 건강한 긴장관계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경영진 횡포를 막기 위해 노조 역할은 중요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되레 노조 횡포를 걱정할 상황에 놓인 듯 하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 관계자는 "금융 공기업에 대한 노조의 출근 저지는 하나의 통과의례가 돼 버렸다"면서 "어쩌면 내로남불식 청와대발() 낙하산 인사가 역풍을 맞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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