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공해 생산공장'...‘에바 가루’ 3년째 미해결 속 국토부 책임론까지
현대차는 '공해 생산공장'...‘에바 가루’ 3년째 미해결 속 국토부 책임론까지
  • 이승훈 기자
  • 승인 2020.02.1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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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가루’사건, 자동차관리법 개정 전 리콜 불가?...소비자기본법 적용해 리콜 가능
정의선 수석부회장 강조하는 “실적 보다 고객 신뢰”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양상
'에바 가루' 피해 사진 (사진=올 뉴, 더 뉴 쏘렌토 공식 동호회 캡처)
'에바 가루' 피해 사진 (사진=올 뉴, 더 뉴 쏘렌토 공식 동호회 캡처)

[서울이코노미뉴스 이승훈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제조한 다수의 차량에서 에어컨을 가동할 때 송풍구를 통하여 하얀 분진 가루가 날리는 현상에 대해 소비자들이 3년째 리콜을 요구하는데도 진척이 없자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에서 국토교통부 책임론을 제기하고 리콜을 촉구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팰리세이드, 소렌토 등의 차량에서 에어콘 가동시 나타나는 하얀 분진 가루는 에어콘의 증발기인 에바포레이트(evaporate)의 코팅 불량으로 인해 알루미늄이 산화하여 발생하는 수산화알루미늄과 산화알루미늄 분말인 것으로 밝혀졌다.

자동차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에바 가루’로 불리우고 있으며 2018년 초부터 자동차 온라인 동호회에서 논란이 크게 일고 리콜 요청이 쇄도했다. 국토부는 지난 해 소렌토 차종의 '에바 가루'현상에 대해 ‘공개 무상 수리’를 권고한 바 있다.

경실련은 10일 오후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소위 '에바 가루' 사건의 미해결은 국토부의 책임”이라며 “신속한 리콜 명령이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현대․기아자동차에서 제조한 다수의 차량에서 에어컨 송풍구를 통하여 성분을 알 수 없는 백색가루가 분출되는, 소위 ‘에바 가루’ 사태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라고 주장하며 “사건의 발생 초기부터 해당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결함의 발생과 백색가루의 위해성 문제를 지적하였으나, 현대․기아자동차에서는 이에 대해 부인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하였다”고 지적했다.

현대·기아차는 초기의 고객 불만에 대해서는 “먼지일 뿐”이라고 일축했으나 소비자 동호회에서 직접 하얀 가루의 주성분이 호흡기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수산화알루미늄’이라는 것을 밝혀내기까지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현대 자동차도 백색 가루 논란 소비자 공청회를 개최하고, 자체 조사 결과 백색가루 주요 성분이 '산화알루미늄'으로 확인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에바 가루 사건에 대해 감사원은 2019년 5월 ‘자동차 인증 및 리콜 관리실태’ 감사보고서에서 “국토부의 자동차 제조사에 대한 ‘공개 무상수리 권고 결정’은 법적근거가 없으며 자동차관리법 제31조 등에 따른 자동차 안전기준에 위배되거나 안전운전에 지장을 주는 등의 결함이 있는 경우에는 리콜을 결정해야 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에바 가루' 논란이 일고 있는 차종 중의 하나인 현대차 팰리세이드
'에바 가루' 논란이 일고 있는 차종 중의 하나인 현대차 팰리세이드

소비자기본법상 신체에 위해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도 리콜 가능

이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법적으로는 리콜 대상이 아니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어 문제가 복잡하다. 일부 언론은 국토부의 리콜은 ‘안전운행’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호흡기 질환 등건강 문제에 관련해서는 국토부의 리콜 사안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즉 감사원 해석에 따를 때도 ‘에바 가루’가 많이 나와서 안전운전에 지장이 있는 수준이면 리콜이 가능하고 그렇지 않다면 리콜을 할 의무가 없게 된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자동차 리콜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부품이 자동차안전기준 또는 부품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거나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의 결함이 발견돼야 한다.

이번 에바가루 사태는 하얀 가루가 나온다는 사실만 확인됐을 뿐이며 설령 호흡기 질환 등을 일으킨다고 할지라도 가루가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어떤 인과관계도 발견되지 않았다. 자동차관리법이 정한 기준 어디에도 부합되지 않는다고 보아 결국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하기 전에는 법적으로 리콜을 지시할 수 없게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법조문을 평면적으로 좁게 해석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내법상 리콜에 관한 법률은 일반법인 소비자기본법과 10여개 제품에 특별히 적용하는 특별법에서 규율한다. 자동차의 경우엔 소비자기본법과 자동차관리법이 일반법과 특별법으로 존재한다.

리콜이 문제될 때 자동차관리법에서 규정한 경우에는 ‘특별법 우선 원칙’에 따라 자동차관리법을 적용한다. 만약 자동차관리법이 규정한 사안 외의 경우에는 소비자기본법과의 관계를 살펴보고, 두 법이 상충하지 않고 일반법에서 포섭이 가능하다면 일반법인 소비자기본법이 적용된다.

소비자기본법은 사업자는 소비자중심으로 경영해야 한다는 원칙을 밝히고 있으며 소비자기본법제 48조에서 모든 리콜에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제 48조는 “사업자는 소비자의 생명ㆍ신체 또는 재산에 위해를 끼치거나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리콜을 해야 한다고 리콜 의무를 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법적으로도 자동차는 안전 운전에 지장을 주는 경우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혹은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도 리콜 의무가 부여된다

‘에바 가루’의 성분인 수산화알루미늄은 발암물질은 아니지만 고운 분진을 흡입했을 때 폐기능이 저하됐으며 알루미늄이 포함된 분진을 장기간 흡입할 때 비결절성 폐섬유증, 기종, 기흉, 그리고 드물게 뇌병증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연방위험평가연구소(BfR)는 “알루미늄이 다량으로 축적되면 알츠하이머(치매)로 발전할 수 있다”며 치매 환자들의 뇌에 알루미늄이 다량 축적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알루미늄과 치매의 인과관계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아직까지 진행 중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공표한 ‘실적보다 신뢰’ 경영원칙에 위배

‘에바 가루’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해결되지 않고 3년째 지속됐다. 미세먼지가 이슈화 되면서 소비자 불만은 더욱 커졌다. 창문을 닫고 자동차 실내 환기를 하려니 ‘에바 가루’가 날리는 것이다.

에바 가루 논란에 대응하는 현대자동차의 태도는 정의선수석부회장이 지난 해 10월 임직원 타운홀 미팅에서 “실적보다 소비자 신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밝힌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영 원칙에 위배된다. 리콜 요청에 대한 소극적인 응대, 건강 위해에 대한 책임 회피, 소비자 불만의 방치 등등은 소비자 신뢰를 찾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급기야 경실련이 국토부 책임론을 주장하며 국토부가 리콜을 해야한다고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기업이 리콜을 할 때 기업 이미지의 훼손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리콜 결정은 양면성이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3년 국내 기업(101개) 리콜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 기업의 77.7%가 리콜의 최종 결정권자는 CEO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대부분의 CEO들은 리콜 종류와 상관없이 리콜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소극적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자동차 업종의 CEO가 다른 업종에 비해 리콜 권고와 강제적 리콜 등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리콜 논란이라면 적극적 대응을 하는 것이 기업경영에 바람직하다. 예전처럼 제품 불량 논란을 숨길 수도 없다. SNS와 인터넷커뮤니티가 주류매체, 매스미디어만큼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시대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총 2,220건'의 리콜이 실시됐으며 그 중 자동차 리콜 건수는 283건 2,642,996대에 이를 정도로 리콜은 일상적인 현상이 됐다. 리콜이 단기적으로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할지라도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신뢰를 높이는 역할을 하므로 적극적으로 수용해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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