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신현아 기자] # 2007년 황유미씨는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끝내 숨졌다. 이후 삼성 반도체공장의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은 삼성에게 직업병 발병의 책임을 묻기 위해 싸움을 지속해왔다.
그러자 삼성은 황 씨가 숨진 지 무려 11년만인 2018년 11월 백혈병 등 직업병 피해에 대해 사과하고 보상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삼성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직업병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부풀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지난해 8월 소리소문없이 국회를 통과한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 때문이다. 국회의원 ‘반대 0표’로 통과한 해당 개정안은 반올림의 오랜 노력을 좌절시켰다.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은 산업기술과 국가핵심기술의 부정한 유출을 막자는 취지로 개정됐다. 국가 핵심기술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외부에 그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해당 법에 따라 노동자들은 산업재해 처리에 가장 중요한 증거물인 작업환경보고서 등 요구에 제한을 받아 산업재해 증명을 할 수 없다. 국가 핵심기술이기 때문에 내부 설비와 구조를 공개할 수 없다고 버티면 어쩔 수 없도록 돼 버린 것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해 8월 국회를 통과한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은 ‘삼성보호법’이라고 불릴 정도로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반면,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노동할 권리를 빼앗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이어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선 산업기술에 대해서도 묻고 따질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노동자 시민의 생명·안전권과 알권리는 처참히 유린당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은 오는 2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참여연대는 “노동자를 안전의 사각지대로 내몬 국회”에 책임을 물으며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을 재개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아울러 “국가의 핵심기술은 공개돼선 안 된다는 개정법에 따라 산업재해를 입증하는 데 기업과 노동자 간의 불평등 관계가 더욱 고착화됐다”고 비판하고 “피해를 입었을 때 개개인에게 화살을 돌리지 않고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갖춰진 사회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