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 하청 노동자 '극단적 선택'하자 부랴부랴 체불임금 해소?
포스코건설, 하청 노동자 '극단적 선택'하자 부랴부랴 체불임금 해소?
  • 이승훈 기자
  • 승인 2020.02.1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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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회사 개입한 하청사 임금체불 관리 부재...전문성 없는 한성희 사장 '내부통제력 상실' 지적도
포스코건설

[서울이코노미뉴스 이승훈 기자] 포스코건설(대표이사 사장 한성희)의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하청 노동자가 두 달 넘게 임금을 받지 못해 곤경에 처한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자, 포스코건설이 뒤늦게 하청 노동자 임금체불을 해소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한성희 사장을 비롯해 최근 포스코건설의 사장 자리가 포스코 본사의 '낙하산' 즉, 건설업 비전문가로 채워지는 바람에 업계의 실정에 어둡고 내부통제력이 상실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건설업의 전문성을 고려해 건설 전문가가 수장에 오르는 다른 경쟁사와는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노동자 A씨는 지난 해 11월 15일부터 원청인 포스코건설의 4단계 하청 기업에 소속돼 지난 설날 직전인 1월 말까지 보령 화력발전소 공사 현장에서 그라인더 작업 일을 했지만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결국 노모에게 “임금을 못 받았다. 자식을 부탁한다"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극단적 선택한 노동자 A씨, 노모에 “임금 못 받았다. 자식을 부탁한다" 유언 남기고 사망

민주노총 전북지부는 “이번 체불임금 사건은 전형적인 다단계 하청구조의 모순” 이라며 “원청회사인 포스코건설 측의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전북지부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이 보령 화력발전소 공사를 발주해 SNP중공업에 하청을 주었고 SNP중공업은 성진기업에 재하청을 주었으며 성진기업은 또 다시 정현ENG, 성하기업에 4단계까지 내려가는 하청을 준, 전형적인 다단계 하청 구조에서 발생한 임금체불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4단계까지 내려가는 다단계 하청구조에서 2차 하청기업의 B이사가 3차 하청기업의 대표를 겸직하고 있고 3차 하청기업은 직원이 한 명도 없는 대표 1인 기업”이라며 “3차 하청기업은 수수료 명목으로 최하단 하청노동자의 임금을 착취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만들어낸 페이퍼 컴퍼니”라고 말했다.

현재 임금체불로  고통을 받고 있는 포스코건설 하청노동자들은 숨진 A씨 외에도 20여명이 더 있으며 이들은 현재 체불임금 진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전북지부는 이러한 다단계 하청 구조의 모순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이 원청인 포스코건설에 있다며 “하청기업에는 물론 원청인 포스코건설에도 엄중한 연대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 하청 기업 노동자가 임금체불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자 동료 노동자들이 포스코건설에 책임을 묻고 시위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전북지부)
포스코건설 하청 노동자가 임금체불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자 동료 노동자들이 포스코건설에 책임을 묻고 시위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전북지부)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포스코건설,  여전히 열악한 노동환경과 불법하청 계속돼 

포스코건설은 하청기업의 근로 여건이 열악한 것은 물론이고 건설 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많은 회사로 악명이 높다. 

시민사회단체인 ‘산재사망 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은 고용노동부가 지난 2006년부터 선정, 발표해 온 중대재해 발생보고 통계 자료 조사 결과를 토대로 포스코건설을 ‘2019 최악의 살인 기업’에 선정하기도 했다.

4단계 하청기업의 노동자가 ‘페이퍼 컴퍼니’까지 가세해 노동자의 임금을 빼돌려 대규모 체불 사태가 일어나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된 사실이 알려지자 원청기업인 포스코건설은 뒤늦게 지난 12일, “설비공급 하청 근로자에게도 임금직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이번 임금체불 사건은 설비공급 하청에서 발생한 일 “이라며 “기존 공사계약의 경우 '노무비닷컴'에 하도급사 근로자들의 임금 계좌를 등록토록 해 노무비를 직접 지불해 왔으나, 설비공급 하청의 경우에는 노무비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설비공급업체와 하청업체간 노무비 합의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임금 직불 관리가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설비공급계약의 경우에도 개별약정서에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임금직불 조건을 명기해 근로자들의 임금체불을 방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무 전문가들은 하청 노동자 임금 직불을 위해 근로자들의 임금계좌를 등록하고 해당 계좌에 임금을 입금하더라도 하청기업 관계자의 계좌를 차명으로 등록하면서 임금을 빼돌리고 수수료를 제해 임금을 주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임금을 착취할 수 있다고 말한다. 

노무 전문가들은 “원청 기업의 책임자가 위험의 외주화와 하청에서 발생하는 비리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행동이 중요하다"며  "원청에 그러한 의지와 행동이 없다면 이러한 비극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2019년에도 여의도 ‘파크원’ 시공현장에서 불법하청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한성희 포스코건설 사장

한성희 포스코건설 사장은 재무통으로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건설사 수장 전문성 부족

'살인기업'이라는 악명과 함께 이같은 다단계 하청, 불법하도급 문제로 비판받아온 포스코건설에서 올해도 불법하청, 사망 사고가 계속 반복되는 이유는 결국 "원청이 하도급 불법에 관심이 없고 불법을 척결하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는 전문가의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한성희 포스코건설 사장은 재무통으로 통한다. 또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는 취임 직후 '더샵' 브랜드 리뉴얼에 나서며 포스코건설 이미지 제고에 나섰다.

정작 문제는 근무 기간 및 담당 분야 등을 고려할 때 건설사 수장으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맡은 직무가 재무, 마케팅 쪽으로 건설현장 경험을 쌓기 어려웠다는 약점이 있다. 포스코건설 근무기간도 3년으로 짧아 건설 분야 전문성을 쌓기에 부족했다.

취임 2년 만에 회사를 떠난 이영훈 전 사장도 건설 분야 전문성을 갖췄는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이 사장이 맡은 업무도 주로 재무·기획 분야로 건설현장 경험과 상당히 거리가 있다.  

이에 대해 포스코건설 측은 역사가 20년 정도로 짧은 것도 내부출신 사장이 아직 배출되지 않은 이유라고 어정쩡한 입장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이 수주 산업이다보니 발주처와의 관계, 신규 수주, 원가율 관리, 공사현장 위기관리 대응 등에서 건설 전문가가 유리한 게 사실"이라며 "포스코건설은 최근 2~3년 주기로 수장이 바뀌다보니 체계적이고 철저한 조직 관리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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