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실질적 이익은 이건희 회장에게 귀속됐다”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를 관리하며 수십억대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용배 전 삼성벤처투자 대표가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소병석)는 14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포탈)으로 불구속기소된 전 대표에게 이같이 4년을 선고하고 벌금 77억 8000만원에 대해서는 선고 유예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차명계좌 이용으로 인한 실질적 이익은 차명계좌 이용자(이건희 회장)에게 귀속돼 피고인이 직접적으로 얻은 경제적 이익은 없어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전 대표는 이 회장의 재산관리팀 총괄임원 시절 이 회장 지시로 삼성그룹 계열사 전현직 임원들 명의로 만든 차명 계좌를 위탁 관리하며 2007년과 2010년 양도소득세와 지방소득세 85억5700만원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그러나 지방소득세 포탈에 대해서는 공소기각 처분을 내렸다. 해당 범행은 2011년 특가법 개정 전 발생한 것으로, 당시에는 세무공무원이 고발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었는데, 이 점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또 삼성물산 자금으로 이 회장의 주택 공사 대금을 지급한 혐의(횡령)로 기소된 삼성물산 임직원 3명에 대해서도 징역 1∼2년에 집행유예 2∼3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이 회장의 서울 용산구 주택 준공 및 관리 대금을 삼성물산 자금으로 대납하여 33억 상당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회사에서의 지위를 이용해 삼성그룹 사주와 건축주의 주택 공사 비용을 회사에 전가시켜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범행으로 인한 실질적 이득은 피고인이 아닌 사주와 건축주에게 모두 귀속됐고, 피고인들이 직접적으로 얻은 경제적 이익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
2008년 삼성 특검 수사 당시 특검은 이 회장의 차명계좌 1199개가 적발됐다. 여기에다 2017년 경찰과 검찰 수사로 차명계좌 480여개가 추가로 발견됐고, 이에 따라 전용배 전 대표는 조세포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건희 회장도 양도세 탈세 혐의로 입건했지만, 이 회장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기소 중지 처분을 내렸다.
이 회장은 2014년 5월 10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6년 가까이 삼성서울병원 VIP 병실에 입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