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통수’ 몰린 SK이노, LG화학에 ‘백기투항’ 할까
‘외통수’ 몰린 SK이노, LG화학에 ‘백기투항’ 할까
  • 김보름 기자
  • 승인 2020.02.17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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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 배터리 소송 사실상 패소…1조9천억 투자 미국 공장 가동 못할 수도
재계, “최태원 SK회장과 구광모 LG회장 협상으로 해결해야”
최태원 SK회장(왼쪽)과 구광모 LG회장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LG화학과의 배터리 소송전에서 사실상 패한 SK이노베이션은 그야말로 외통수에 몰린 처지가 되고 말았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이노베이션에 내린 조기 패소 예비결정(Initial Determination)은 최종 결정에서 뒤집어질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ITC의 최종결정은 10월 5일 전에 이루어진다. 

그렇게 되면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한 배터리 셀·모듈·팩 및 관련 부품과 소재는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월 미국 조지아주에 16억달러(1조9000억원)를 들여 9.8GWh급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는 중이다. 2022년부터 폴크스바겐 미국 공장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배터리 부품 소재를 미국에서 수입하지 못하게 되면 공장 가동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ITC의 이번 결정은 미국 델라웨어주 연방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LG화학과의 손해배상 소송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서 패소하면 천문학적인 손해배상금을 물어줘야 한다.

SK로선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 SK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LG와의 합의다. 성사만 되면 ITC 소송 등 모든 법 절차를 마무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게 간단치 않다. LG 측이 거의 ‘백기투항’과 다름없는 요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LG 측은 '영업비밀 빼내기‘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손해배상을 하라는 3개 조건을 진즉부터 제시해놓은 상태다. 

합의하려면 SK는 ‘패장’으로 고개 조아려야…치욕과 수모 감수할까? 

연합뉴스

SK로선 지금까지 분쟁 과정에서 내세웠던 주장과 논리를 모두 접고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패장’의 처지가 된다. 재계 3·4위를 다투는 입장에서는 참기 어려운 치욕이고 수모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뾰족한 묘책도 없다. 그래서인지  SK이노베이션 측은 ITC 결정이 나온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LG화학과는 선의의 경쟁 관계지만,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는 표현은 협상을 통해 합의를 보자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대해 LG화학 측은 “남아있는 소송 절차에 계속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임할 것이며,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협상 의사를 밝혔다. 

재계 관계자들은 "양측 전문경영인 단에서 대화의 정지작업을 한 뒤 최태원 SK회장과 구광모 LG회장이 직접 만나 해결하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일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협상을 통한 합의의 필요성은 양측간 다툼이 일본과 중국 배터리업체에게 반사이익을 보게 할 가능성만 크게 한다는 지적과도 맥이 닿아 있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시장은 미국과 중국, EU 등 3대 초대형 시장을 놓고 한중일이 경쟁하는 구조다. 물량에선 중국과 일본이 앞서지만 한국이 차세대 기술력을 바탕으로 승기를 잡아가고 있다. 삼성SDI와 함께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SK와 LG가 주춤하면 그 빈자리는 그대로 중국과 일본의 몫이 되는 것이다. 

이번 ITC의 ‘조기 패소 판결’은 지난 14일(현지시각) 내려졌다. 

ITC는 이날 LG화학 측이 요청한 조기 패소 판결을 승인하는 ‘예비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조기 패소 판결은 일종의 예비 판결이다. 다툼의 여지가 많지 않을 경우 소송의 경제성 등을 고려해 사전적으로 내리는 결정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소송 과정에서 직원들의 컴퓨터 자료를 모두 지우게 하는 등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증거를 인멸했으며, ITC가 명령한 포렌식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조기 패소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는데, ITC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LG화학 측은 "SK의 악의적인 증거 훼손과 포렌식 명령 위반 등 법정 모독이 심각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사실심리나 증거조사 없이 영업비밀 침해 등 우리의 주장을 다 들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오는 10월 최종 결정에서도 LG화학이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TC 통계자료에 따르면 특허 소송의 경우 예비 결정이 최종 결정으로 유지되는 비율은 90%, 영업비밀 소송은 100%이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지난 4월 자사 기술을 침해당했다며 ITC에 소송을 냈고, SK이노베이션도 지난 8월 30일 LG화학과 LG전자를 묶어 소송을 걸었다. 모두 미국 시장에 상대방 배터리를 들여오지 못하게 해달라는 게 핵심이었다. 

LG화학은 SK가 2년 동안 100명에 가까운 인력을 빼갔다면서 "SK이노베이션은 헤드헌터와 전직자들을 통해 특정분야 인력을 타깃으로 입사를 적극적으로 권유했다"고 비난했다.

이와 함께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채용절차를 통해 선발한 인원을 해당 직무 분야에 직접 투입해 2차 전지 개발·수주에 활용한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LG전자·LG화학이 오히려 자사 배터리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은 맞소송을 제기할 당시 "배터리 사업의 직접 경쟁사로 자사의 특허를 침해한 LG화학 뿐 아니라, LG화학으로부터 배터리 셀을 공급받아 배터리 모듈과 팩 등을 생산해서 판매하는 LG전자도 소송 대상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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