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온 '사오정' 시대...두산重 45세 이상 1000여명 명퇴
다시 온 '사오정' 시대...두산重 45세 이상 1000여명 명퇴
  • 오풍연
  • 승인 2020.02.1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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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측면도...하지만 마음까지 상하게 하지는 말라

[오풍연 칼럼] 한때 사오정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45세 정년이라는 뜻이다. 마흔 다섯에 회사를 그만두면 어디로 간다는 말인가. 말이 그렇지 내 일이라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끔찍하겠는가. 이런 경우 대부분 남의 일로만 받아들인다. 그래서 그 심각성을 잘 모른다. 나한테 닥쳐온다면 어떨까. 지금 국내 최대 발전 설비 제조업체인 두산중공업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회사가 지탱할 수 없으면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 비용 등을 줄이기 위한 차원이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 자체의 존립기반을 잃는다. 그런데 이번 두산중공업의 대규모 명퇴는 충격적이다. 우선 그 규모부터 놀랍다. 대상자가 2000여명이라고 한다. 말이 그렇지 100~200명도 아니고 그 열배, 스무 배 수준이다. 대상자들은 얼마나 가슴을 졸일까.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게다. 명퇴는 당해본 사람만 안다.

두산중공업은 18일 기술직과 사무직을 포함한 만 45세(1975년생)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신청받는다고 밝혔다. 오는 20일부터 3월 4일까지 2주간 명예퇴직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전체 정규직 직원 6000명 중 2000명이 대상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구조조정은 2014년말 이후 만 5년여 만이다. 회사가 또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두산중공업이 어렵다는 말은 오래 전부터 나돌았다.

명예퇴직자는 법정 퇴직금 외에 근속연수에 따라 최대 24개월치 월급을 받는다. 20년차 이상은 위로금 5000만원을 추가로 받는다. 이 밖에 최대 4년간 자녀 학자금, 경조사, 건강검진도 지원된다. 조건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래도 누가 회사를 떠나려고 하겠는가. 밖에 나오는 순간 엄동설한인데. 누구든지 끝까지 버티려고 할 것이다. 명퇴로 나온 사람들을 보면 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이 왜 이렇게 됐을까. 최근 세계 발전 시장 침체와 무관치 않다. 두산 뿐만 아니라 국내외 발전사들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회사 책임이다. 그래놓고 이제는 직원들을 나가라고 등으 떠민다. 슬픈 일이다. 1000여명은 보따리를 쌀 수밖에 없는 처지다. 안 나가면 회사에서 강제로 내몰 터.

두산중공업은 2014년 이래 6년 연속 적자를 냈다. 지난해에도 매출액은 15조6597억원, 영업이익 1조769억원으로 전년보다 6.1%와 7.3%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을 내지 못했다. 두산중공업은 세계 에너지 시장 추세에 맞춰 가스터빈 국산화와 풍력 발전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임원 감축, 유급순환휴직 등으로 고정비를 줄이는 등 재무구조개선 작업을 해 왔지만 인력구조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게 두산중공업 측의 설명이다.

정말 남의 일 같지 않다. 나도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전체 직원 1500여명 중 400여명을 정리하려는 회사 측과 머리를 맞댄 적이 있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마음까지 상하게 하지는 말라.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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