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사람 차별'...정규직엔 고급 방역마스크, 비정규직엔 값싼 방한대
현대차 '사람 차별'...정규직엔 고급 방역마스크, 비정규직엔 값싼 방한대
  • 이승훈 기자
  • 승인 2020.03.0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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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하청회사 직원들에게는 회사의 보건 의무가 없다" 코로나 확진자 나온 사업장에 방치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사업장 전체서 원청사의 하청사 근로자 안전·보건 조치 직접 의무 규정
현대자동차 그룹 /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 그룹 / 사진=현대차

[서울이코노미뉴스 이승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꺾이지 않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현장 노동자에게 지급할 방역마스크를 놓고 자사의 노동자와 하청회사 노동자를 차별해 비난을 받고 있다.

5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현대차는 원청(정규직)노동자들에게는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KF94 마스크, 듀폰 방진 1급 KA110V 마스크 등을 지급했다.

그러나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하청회사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값싼 부직포 마스크와 면 방한대를 지급했다.

하청사 비정규직 노동자를 차별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오늘 오전(5일), 현대자동차는 재빨리 해명을 했으나 오히려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게 일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하청회사 직원들은 직접고용 관계가 아니라 지급 의무가 없다”며 “오히려 하청회사 대표들이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현대차에 지원을 요청해서 부직포 마스크 1만장을 제공했고, 이후 마스크를 구하라고 당부했는데 공급이 어렵다보니 지급이 안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원청회사의 달라진 안전·보건 의무를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우리 법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지난해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했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원청회사)으로 하여금 도급인 사업장 전체에서 근로자의 재해예방에 필요한 안전조치와 보건조치를 이행토록 했다. 이에 따라 하청회사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에 관해서는 원청회사가 직접 의무를 부담한다. 

코로나19 방역마스크 지급은 보건조치의 일종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같은 사업장 내에서 같이 일하는 하청회사 비정규직 노동자를 차별해서는 안된다. 원청회사인 현대자동차가 책임을 지고 같은 방역마스크를 하청사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지급해줘야 한다.

현대자동차가 자사소속 정규직 노동자에게 지급한 방역마스크(왼쪽사진)과 하청회사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지급한 방한대 / 사진=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가 자사소속 정규직 노동자에게 지급한 방역마스크(왼쪽사진)과 하청회사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지급한 방한대 / 사진=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노사합의 위반에..."마스크가 부족해서 어쩔 수 없다" 

현대자동차는 산업안전보건법 외에도 노사 합의를 위반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 달 25일 현대차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정규직노조)는 '코로나19 관련 노사 특별 합의서'를 체결했다.

합의서에는 ‘회사는 긴급히 마스크 10만 장을 확보하여 지급하도록 하고, 사내 확진자 발생 시 KF94 마스크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지난달 28일 현대자동차 울산2공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확진자가 나옴에 따라 그 전까지 부직포 마스크를 지급하던 현대차는 이후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KF94 마스크, 듀폰 방진 1급 KA110V 마스크 등을 지급했다.

현대차는 그러나 하청사 비정규직에게는 여전히 부직포 마스크와 찬 바람을 막는 용도로 쓰이는 방한대를 지급해오고 있다.

확진자가 나온 현대자동차 울산2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현대차 소속 정규직 노동자가 대부분이고 하청회사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는 소수다. 

자사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만 방역 마스크를 지급했는데  그 방역마스크 중 일부를 하청회사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줄 수는 없었냐는 본지의 질문에 

현대차 관계자는 "원청사는 하청사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 의무가 없다"며  "마스크가 부족해서 어쩔 수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한편 지난달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현대차의 2차 하청 노동자의 법적 지위에 대해 “현대차의 근로자”라는 판결을 내린 바도 있다.

김현제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지회장은 “비정규직 차별이 코로나19 사태에서 더 가시화됐다. 원래부터 하청업체 노동자는 10년째 사내 의무실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차별이 존재한다”고 현대차의 차별과 근로 관계법 위반 실태를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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