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몬테크리스토 코리아’가 단죄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몬테크리스토 코리아’가 단죄한다
  • 권의종
  • 승인 2020.03.1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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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의 공포와 불안...힘겨운 일상 곱씹으며 희망 불어넣는 생각 나누려, 뒤마의 삶 조명

[권의종 칼럼] 스마트폰을 열면 반갑잖은 광고들이 기다린다. 코로나19로 답답한 줄 어찌 알았는지, 취향에 맞춘 추천작이라며 영화 한편을 권한다. 뜬금없이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다. 친구의 배신으로 마르세이유 앞바다의 디프섬 감옥에 갇힌 주인공 에드몽 단테스. 감옥에서 만난 죄수로부터 몬테크리스토 섬에 숨겨진 해적들의 보물에 대해 알게 된다. 이후 탈출에 성공, 보물을 찾고 배신자를 복수하는 줄거리다. 어릴 적 ‘암굴왕’이라는 동화책으로도 읽었던 기억이 새롭다.

19세기 프랑스의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알렉상드르 뒤마가 썼다. 그의 생애는 그가 쓴 작품만큼이나 극적이다. 1802년 북프랑스 빌레르 코트레라에서 태어난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가난에 시달린다. 유년시절 뒤마는 교육을 제대로 못 받는다. '로빈슨 크루소', '아라비안나이트' 등을 읽으며 읽고 쓰는 능력을 스스로 터득한다.

성인이 되자 생계를 꾸리기 위해 파리로 상경한다. 오를레앙 공작 가문에서 서류작성 일을 하다 연극계로 뛰어든다. 패기 넘치는 젊은 뒤마에게 작가로서의 장래를 여는 중요한 시기가 된다. 화려한 문체로 프랑스 문예 부흥을 묘사한 '앙리 3세와 그의 조정'을 완성한다. 시간, 장소, 행동의 3일치라는 고전주의 규칙을 무시하고 운문이 아닌 산문으로 쓰인 전형적인 낭만주의 작품이다. 작가로서의 출발은 성공적이고 이후 20여 년간 극작가로 활동한다.

차츰 연재소설에 매력을 느낀다. 극작품보다 소설, 특히 역사소설 쓰기에 집중한다. 일만큼이나 삶의 자극에 탐닉한다. 일상의 권태를 벗어나기 위해 연애, 음식, 잠, 쾌락, 여가, 운동을 즐긴다. 이탈리아 여행에서 여자, 오페라, 지중해에 대한 애정을 키운다. 여행에서 돌아온 이듬해인 1944년, 리슐리외 시대의 모험담인 '삼총사'에 이어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세상에 내놓는다. 대박을 터뜨린다.

경영학 관점에서 보는 뒤마의 삶, ‘교훈적’... 위기가 기회로 반전되는 짜릿한 전율 느끼게 해

피는 못 속이나보다. 그의 문학적 재능은 사생아로 태어난 아들로 이어진다. ‘춘희’의 작가로 잘 알려진 뒤마 2세가 바로 그다. 아버지의 무책임한 사랑놀음 때문에 불우한 시절을 보내야 했던 아들은 결혼의 신성함을 강조하는 작품을 쓰게 된다. '사생아'(1858), 자신의 아버지 성격을 나름대로 해석해 극화한 '방탕한 아버지'(1859)의 희곡을 남긴다.

경영학의 경쟁전략 관점에서 본 뒤마의 삶과 작품세계는 자못 교훈적이다. 경쟁우위 요소가 듬뿍 담겨있다. 고난이 성과를 연출한다. 개인적 쪼들림이 사회적 유익으로 거듭난다. 작가로서의 입지가 굳혀질수록 그의 인생 후반부 사생활은 황폐화한다. 사치로 채권자들의 빚 독촉에 시달린다. 채무상환을 위해 갈수록 더 많은 글을 써야 했다. 그 덕분에 250편이 넘는 방대한 명작들이 후세에 전해진다.

역경의 소재로 역작을 생산한다. 뒤마의 부친, 알렉스 뒤마는 1762년 설탕 무역으로 유명했던 프랑스 식민지 생도맹그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흑인 노예였다.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계급으로 태어난 그는 아버지의 성을 거부하고 어머니의 성인 ‘뒤마’로 바꿨다. 프랑스군에 입대, 나폴레옹군의 장군 지위에까지 오른다. 끝내는 나폴레옹에게 버림받는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에서 복수의 코드는 아버지가 모티브가 되었다.

창의성이 특출하다. 그의 작품에는 모든 극적 요소들이 완벽하게 장착된다. 누명, 배신, 고통. 반전. 부활, 복수로 이어지는 플롯이 획기적이다. 복수를 끝내고 쿨하게 떠나는 마무리 구성은 신선함의 극치다. 그만의 차별화된 플롯은 이후 대중문학의 기본 틀로 자리매김한다. 수없는 모방과 벤치마킹 대상이 된다. 지금도 인기드라마의 상당수가 뒤마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특출한 창의성, 발군의 고객친화, 차별화된 품질, 약점의 강점化 등... 경쟁우위 요소 ‘듬뿍’

고객 지향적이다. 발군의 대중성 발휘가 푸대접을 부른다. 주류 문단은 흥미진진한 뒤마의 작품에 거부감을 표한다. 뒤마를 ‘진지함이 결여된 대중작가’로 비아냥댄다. 이단아 취급한다. 프랑스에 공헌한 위인들이 묻히는 국립묘지 팡테옹에 2002년에야 안장된다. 그가 죽은 지 130년이 지나서다. 안장식에 참석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기념사가 의미심장하다. “뒤마와 함께 우리의 대중적 추억과 집합적 상상력이 팡테옹에 입장하는 날”이라고.

시련이 승리를 연출한다. 혼혈로 외모가 검었던 그로서는 프랑스의 주류사회 편입이 힘들었다. 인종차별에 뒤마는 분노했다. “그렇소, 내 아비는 물라토요. 조부는 검둥이였고, 증조부는 원숭이였소.” 절규를 자신의 작품에 담아 분풀이한다. 주류에 편입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내 멋대로 글을 쓰겠다는 오기를 부렸는지 모른다.

품질이 돋보인다. 작품에 깊이와 의미가 살아 숨 쉰다. “인간의 지혜 속에 숨겨져 있는 신비로운 광맥을 파내려면 불행이라는 게 필요한 거야. 화약을 폭발시키는 데는 압력이라는 게 필요하니까.” “이 세상에는 행복도 불행도 없다. 오직 하나의 상태와 다른 상태의 비교만 있을 뿐이다. 가장 큰 불행을 경험한 자만이 가장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발 빠른 문장, 인간사 단면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캐릭터, 빈틈없는 스토리 구성 기술이 눈부시다. 어느 하나 버릴 게 없다.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는 힘든 현실이다. 전국적 확산으로 공포와 불안이 여전하다. 하도 답답하다보니 힘겨운 일상을 곱씹어보며 희망을 불어넣는 생각을 나누고 싶어 뒤마의 생애를 들춰내 경쟁력을 조명해보았다. 바이러스를 멋지게 단죄하고 희망찬 미래로 나아가는 ‘몬테크리스토 코리아’의 염원을 담아보려 했다. 의욕만 앞섰지 사설이 길어지고 말았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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