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경제는 심리라고도 한다. 좋다고 하면 소비도 잘 일어나고, 어렵다고 하면 소비도 죽는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분명 인재(人災)지만 천재지변으로도 여기는 분위기다. 그러다보니 자포자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쩔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언제 끝날지 몰라 더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 "이러다간 다 죽겠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
소비가 완전히 죽었다. 꽁꽁 얼었다고 할 수 있다. 당장 먹는 것 말고는 소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집만 해도 그렇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중이다. 사람 만나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는 나도 아예 약속을 안 잡고 있으니 말이다. 누굴 만나자고 하는 것도 결례다.
모든 업종이 타격을 받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업종이 있다. 항공업, 여행사, 학원, 전시사업, 렌터카, PC방, 노래방 등은 손님이 90% 이상 줄었다고 한다. 한 두 달 안에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그래서 더 문제다. 대기업도 어려운데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은 거의 빈사(瀕死) 상태다. 폐업이나 부도, 도산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공항 면세점은 늘 사람이 붐비곤 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되기도 했다. 그런 면세점에 파리가 날린다고 하면 믿겠는가. 이용 승객이 없어서다. 하늘 길이 끊긴 결과다. "사람을 볼 수 없는데 어떻게 물건을 팔겠습니까" 공항에서 가게를 하는 주인의 하소연이다. 공항은 승객보다 상주 직원이 더 많은 형국이다.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에 있는 롯데면세점이 오늘(12일)부터 휴점한다. 하루 평균 24편이 뜨고 내리던 김포공항의 국제선은 최근 한·일 두 나라가 서로 입국 제한 조치를 하면서 1~2편으로 줄었다. 양국 하늘길이 언제 다시 열릴지 알 수 없으니, 면세점 재개도 기약이 없다. 롯데면세점만이 아니다. 서울 시내 또 다른 면세점 주차장은 온종일 텅 비다시피 한다. 중국인 관광객이 끊기면서 매출은 평소의 10%가 채 안 된다.
어디 공항 뿐이랴. 학원도 사실상 전면 휴업에 들어가 매출이 제로다. 3월에는 신입 원생이 들어와야 하는 시기인데, 문의 전화 한 통 없다. 교육청과 구청에선 이렇다 할 지원책 없이 소독제, 체온계를 구비했는지 검사하겠다고 연락만 한다. 국내 학원 수는 8만4000개 정도. 종사자는 100만명이다. 전체의 90%가 직원 수 10명 이하인 영세 학원이다. 하지만 소상공인 지원을 못 받는 곳이 대부분이다.
전시 산업도 마찬가지다. 매년 개최해 오던 여의도 벚꽃축제도 취소했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행사를 할 수 없어서다. 여행·관광업은 그나마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은 됐는데 전시업은 포함이 안 됐다. 한국전시주최자협회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올해 매출은 코로나 영향이 없었던 1월 매출이 전부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2월 이후 행사는 거의 취소됐다는 얘기다.
이들 산업의 숨통을 틔워 주려면 코로나를 빨리 잡아야 한다. 그것 말고는 대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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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