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불법보조금 살포 구두경고…이통사, “개통 지연, 확인되는 바 없다"
[서울이코노미뉴스 신현아 기자]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번호이동'으로 구입한 휴대전화 개통을 일부러 늦추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영문도 모르는 채 번호이동 개통이 지연되자 구매자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나섰다. 일부 구매자들은 개통을 위해 신분증을 장기간 유통판매점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동통신사 측은 개통 지연 상황에 대해 "지금도 번호이동 개통은 문제없이 이뤄지고 있다" "따로 확인되는 바가 없다"는 공식 입장만 되풀이해 구매자들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17일 이동통신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일부 유통업체에서 '번호이동'으로 휴대전화를 구입할 경우 개통을 2일에서 일주일 가까이 지연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개통 지연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불법 보조금과 관련한 경고 조치로 가입자 순증을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에 따라 하루에 발생하는 번호이동량을 조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일부 온라인 휴대폰 유통점을 중심으로 지난 주말 갤럭시S10과 S9, 아이폰XS 등에 공시지원금을 초과하는 불법 보조금을 살포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동통신 3사에 '구두 경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각 이동통신사들이 재고 소진을 위해 구형 휴대폰의 출고가를 인하한 가운데, 일부 온라인 판매점에서는 재고를 없애려고 불법보조금을 지불했다는 정황이 발견되기도 했다. 갤럭시S10 5G는 불법보조금으로 공짜로 풀렸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실제로 KT에서는 삼성전자 갤럭시S10 시리즈와 갤럭시노트9, 갤럭시S9 등을, SK텔레콤에서는 아이폰XS맥스와 아이폰8 등 구형 모델을 번호이동을 통해 구매할 경우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정황이 발견됐다.
LG유플러스에서는 LG전자가 최근 내놓은 실속형 스마트폰 LG Q51로 신규 가입할 경우 일부 판매점에서 기준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통사들이 인위적인 개통량 조절에 나선 것은 구형폰으로 가입자 끌기에 나섰다가 경고를 받자 규제기관인 방통위 '눈치 보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개통지연에 따른 피해는 번호이동으로 휴대전화를 구입한 구매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이들은 개통이 어떤 이유로 지연되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공지도 받지 못한 채 마냥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도 이동통신사 측은 "별 문제 없다"는 식의 공식 입장만 내놓은 채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피해를 본 구매자들은 흥분하고 있다.
각 이통사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불편을 호소하는 구매자들의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