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미스터트롯이 인기는 인기인 모양이다. 경연이 끝났음에도 뒷말이 무성하다. 엄청난 화제를 불러온 것도 사실이다. 이는 그만큼 프로그램을 잘 만들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청와대 국민청원 토론방에도 진선미 선정방식을 꼬집는 글이 올라왔으니 말이다. 영웅 팬이 나에게 토론방을 들어가 보라고 했다. 그래서 들어가 보았다.
지난 14일 밤 경연이 모두 끝난 뒤에 바로 글이 올라왔다. 다분이 영웅 우승에 문제 제기를 하는 듯한 내용이었다. 아주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선정방식에 대해서는 출연자들에게도 이미 공지를 했을 테고, 그들 역시 동의를 했을 것으로 본다. 방송국 입장에서는 재미를 더하고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색다른 방식을 도입했을 수도 있다. 그것을 갖고 집요하게 따지는 것은 옳지 않다. 재를 뿌린다는 생각도 든다.
우승자 임영웅은 벌써부터 많은 악성 댓글에 시달리고 있다. 좋게 얘기하면 인기를 실감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아직 어린 친구라 상처를 받을까봐 걱정된다. 나도 솔직히 영웅이를 잘 알지는 못한다. 그의 노래에 반해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 봤다. 음악을 잘 모르는 나도 영웅이 노래를 듣는 순간 우승자로 점찍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노래를 잘 불렀다. 바램은 노사연보다 잘 불렀고, 보랏빛 향기도 원곡가수인 설운도보다 훨씬 감동을 주었다.
영웅이가 엄마와 함께 살아온 과정도 진한 여운을 남겼다. 둘이 엄마 미장원에서 아버지 얘기를 할 때는 나도 코 끝이 찡했다. 효자 임에 틀림 없다. 영웅이가 5년 전 엄마에게 1억원을 만들어 주겠다고 했단다. 영웅이는 피나는 노력끝에 엄마와의 약속을 지킨 셈이 됐다. 이번에 우승 상금으로만 1억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팬카페에 올린 글도 보았다. "겸손하게 지내겠다"고. 꼭 그래야 한다.
이번 경연은 영웅이 뿐만 아니라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비록 왕관은 영웅이가 썼지만 영탁 이찬원 김호중 정동원 김희재 장민호 다 잘 했다. 누구에게 왕관을 씌워 주어도 될 법했다. 두 달 공연을 하면서 우정도 쌓였을 터. 제일 맏형인 민호가 맨 앞에서 끌고 막내 동원이가 밀어주면 된다. K트롯의 황금기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7명 모두 좋은 재목들이다. 경연을 하면서 실력이 부쩍 늘었다.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자. 각자 좋아하는 가수가 있을 수 있다. 그 가수만 응원해라. 다른 가수에게 악플을 다는 것은 폭력행위와 다름 없다. 영웅이가 주요 타깃이 되는 것은 유감이다. 유명세라고 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이제 막 뜨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들을 지켜 줄 책임이 있다. 코로나 사태로 지친 전국민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것도 노래, 즉 전통 가요인 트롯을 통해서. 그대들은 우리의 희망이다. 멋진 성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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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트로트도싫고 좋은노래도많은데 트로트로 도배를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