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C, SK이노에 ‘결정타’…“배터리 소송에서 악의적 증거인멸”
美 ITC, SK이노에 ‘결정타’…“배터리 소송에서 악의적 증거인멸”
  • 김준희 기자
  • 승인 2020.03.2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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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패소' 판결문 공개…“LG화학 관련 다수 자료 삭제 물증 확보"
SK이노 패소 거의 확정적…배터리 관련 제품 미국내 수입 전면 금지 전망
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22일 LG화학과 ‘배터리 소송’(영업비밀침해)을 진행 중인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악의적인 증거인멸이 공정하고 효율적인 재판을 방해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ITC는 지난 달 14일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조기패소 '예비결정(Initial Determination)'을 내린 판결문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SK이노베이션의 잘못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이 소송 상대인 LG화학 측에  피해를 준 것은 물론이고 판사가 공정하고 효율적인 재판을 진행하는 데도 걸림돌이 됐다는 것이다.

ITC가 지난 번에 내린 조기 패소 판결은 일종의 예비 판결이다. 다툼의 여지가 많지 않을 경우 소송의 경제성 등을 고려해 사전적으로 내리는 결정이다. 

최종 결정에서 뒤집어질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사실상 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ITC의 최종결정은 10월 5일 전에 나온다.

예비 판결대로 최종 결정이 나오면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한 배터리 셀·모듈·팩 및 관련 부품과 소재는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된다. SK로선 치명적이다.

ITC가 이날 공개한 판결문은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특히 증거인멸 행위에 민감하다"면서 "이번 소송은 증거인멸과 포렌식 명령 위반 등 법정 모독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인멸된 증거는 LG화학이 주장한 영업비밀 침해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고 모든 쟁점의 판단 근거가 되는 것들이다.

SK이노베이션은 특히 지난해 4월 9일부터 증거 보존 의무가 발생했음에도 소송과 관련된 문서를 삭제하거나 삭제되도록 방관했다고 판결문은 지적했다.

판결문에는 SK이노베이션에 재직 중인 LG화학 출신 전직 직원 PC 휴지통에 저장돼 있던 엑셀 문서가 증거자료로 추가로 제시됐다.

지난해 4월 12일 작성된 엑셀 시트에는 LG, L사, 경쟁사 등의 키워드가 포함된 LG화학 관련 삭제 파일 980개가 저장돼 있었다.

이 것 말고도 SK이노베이션의 LG화학 전직자가 2018년 작성한 내부 이메일에는 LG화학 소유의 양극 및 음극 관련 상세한 배합과 사양에 관한 자료가 첨부돼 있었다.

판결문에서 제시된 구체적인 증거를 종합하면 SK이노베이션은 수년 전부터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된 문서들을 삭제해 왔으며, 전체 규모를 산정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일 예비결정에 대한 이의를 제기해 ITC는 내달 17일까지 이의신청 검토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ITC가 이날 예비결정 판결문까지 공개한 점으로 미루어 SK 측의 검토 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ITC는 오는 10월 5일 전에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즉 관세법 337조 위반을 인정하며 그에 따른 조치와 공탁금에 대한 최종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월 미국 조지아주에 16억달러(1조9000억원)를 들여 9.8GWh급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는 중이다. 2022년부터 폴크스바겐 미국 공장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ITC의 최종결정에 따라 배터리 부품 소재를 미국에서 수입하지 못하게 되면 공장 가동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치명적 위기’ SK이노, LG화학 측에 ‘백기투항’식 합의 시도할 듯 

SK 최태원 회장(왼쪽)과 LG 구광모 회장

ITC의 이번 결정은 미국 델라웨어주 연방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LG화학과의 손해배상 소송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서 패소하면 SK이노베이션 측은 천문학적인 손해배상금을 물어줘야 한다.

현재로서 SK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LG와의 합의다. 성사만 되면 ITC 소송 등 모든 법 절차를 마무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게 간단치 않다. LG 측이 거의 ‘백기투항’과 다름없는 요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LG 측은 '영업비밀 빼내기‘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손해배상을 하라는 3개 조건을 진즉부터 제시해놓은 상태다. 

SK로선 지금까지 분쟁 과정에서 내세웠던 주장과 논리를 모두 거두고 ‘패장’으로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처지가 된다. 재계 3·4위를 다투는 입장에서는 참기 어려운 치욕이고 수모일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들은 "양측 전문경영인 단에서 대화의 정지작업을 한 뒤 최태원 SK회장과 구광모 LG회장이 직접 만나 해결하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일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달리 뾰족한 묘책이 없는 SK로선 굴욕과 수모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대화를 통한 타결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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