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나는 작년 9월 7일 “정의당은 죽었다”라는 오풍연 칼럼을 쓴 바 있다. 조국 사태 때다. “정의당도 정의를 차버렸다. 조국에 대해서는 진작 노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뜸을 들이고 있다. 정의당 지지자들마저 등을 돌릴 것 같다. 정의롭지 않은 일에 정의당이 나서지 않으니 아이러니다. 정의당도 다음 총선에서 심판받는다. 어쩌면 한 석을 못 얻을지도 모른다. 기존 민주당과 차별화를 하지 않으니 말이다. 정의당 의원들도 애처롭다. 배지가 뭐길래.” 칼럼의 첫 단락이다.
지금 그렇게 진행되고 있는 듯 하다. 정당 지지율도 뚝 떨어졌다. 이런 것을 두고 사필귀정이라고 한다. 정의당이 정의롭지 못한데 누가 끝까지 밀어주겠는가. 당시 내 예상이 맞아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도 상식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정의당의 대상식은 ‘정의’다. 기존 정당은 다 썩었어도 정의당은 달랐어야 했다. 그런데 판단을 잘못했던 것. 그 결과는 사뭇 당의 존립 기반마저 위태롭게 할 태세다.
최근 정의당을 지지율을 본다. 지난 23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의당의 지지율은 3.7%였다. 같은 기관 조사에서 2014년 12월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정의당 지지율로는 최저치다. 2018년 8월 첫주에 14.3%까지 찍기도 했던 정의당으로선 요즘 지지율을 보면 자기들도 믿기 어려울 게다. 하지만 그것이 여론이다. 정당투표에서 득표율이 3% 아래면 봉쇄조항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1석도 얻지 못한다. 최악의 경우 그런 상황까지 내몰릴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청년들이 나서 조국 사태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정의당은 25일 오전 국회에서 청년선거대책본부 출범식을 개최하고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비례대표 2번을 받은 장혜영 청년 선대본부장은 "조국 전 장관의 임명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면서 "정의당의 정치인으로서 책임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의당의 원칙은 모든 사안을 판단함에 있어서 가장 불평등한 위치에 있는 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었는데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저희가 보여준 모습은 지금까지 가져왔던 원칙에 있어서 흔들렸던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조국 사태'에 대한 정의당의 사과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심상정 대표는 지난해 9월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의 조 전 장관 임명에 대해 반대하지 않은 결정에 대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10월 열린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서도 "조국 국면에서 평생 처음으로 많은 국민의 질책을 받았다"고 사과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정의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이다. 그런 정의당이라면 없어져도 할 말이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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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