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최장기 집권 김승연 한화 회장, 건강악화설에도 ‘대권’ 집착 속사정
재계 최장기 집권 김승연 한화 회장, 건강악화설에도 ‘대권’ 집착 속사정
  • 정우람 기자
  • 승인 2020.03.2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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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한화 주총서 옥경석 등 후계자 친위세력 배치...."경영효율+김동관 부사장 승계대비 위한 포석"
일각선 대외 활동 없는 金 회장 '건강악화'설...아직 지분정리 등 안 끝나서 승계여건 미비 판단한 듯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이승훈 기자] 한화그룹의 본격적인 ‘3세 경영시대’가 예고되고 있으나 김승연 회장은 ‘정중동(靜中動)’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김 회장의 생일이면 매년 전직원들에게 떡과 선물을 돌렸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에는 “떡을 돌리는 등 별도의 이벤트는 없다”고 한다.

김 회장은 활발한 성격과 달리 최근 몇 년간 외부에 모습을 잘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장남 김동관 부사장의 결혼식이 있었지만 유럽의 모처에서 ‘조용하게’ 치러지는 바람에 결혼식 사진 한장도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

1952년 생인 김승연 회장은 올해 만 68세다. 올해 김 회장의 생일이 뜻깊은 것은 1981년 한화 창업주인 선친 김종희 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29세에 한화그룹 경영을 맡은지 4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25일 열린 (주)한화 정기 주주총회는 앞으로 김승연 회장 이후 한화그룹의 후계구도를 점치는 중요한 행사였다. 이날 서울 세종호텔에서 열린 주총에서 주요 안건인 서광명 전무의 사내이사 신규선임과 옥경석 사장의 연임 건 등이 통과됐다.

(주)한화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등 이사회 내 ‘리스크 관리 전문가’ 비중을 크게 확대했다. ㈜한화가 사내이사진에 그룹 ‘재무통’으로 꼽히는 서광명 재경본부장(전무)을 포함시켰다. 금춘수 부회장과 옥경석 사장, 이민석 부사장 3인체제에서 서 전무를 더해 4인 체제가 됐다.

서광명 전무는 1963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 한화에 입사해 금융팀장·실장 등을 거쳐 현재 재경본부장을 맡고 있다. 회사채 발행을 비롯한 자금조달·운용업무를 전담해 왔다.

그가 사내이사진에 추가된 배경은 ㈜한화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로 풀이된다. ㈜한화는 삼성으로부터 방산 계열사를 인수할 당시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또 지난해 생산라인 운영이 원활하지 못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7.7% 줄어들기도 했다. 이에 따라 재무안정성 확보라는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 전무를 사내이사진에 포함시킨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장남 김동관 부사장의 한화솔루션 사내이사 선임...본격화된 ‘경영권 승계’ 관련 사전 정지작업인 듯 

㈜한화 이사회는 재무 분야에서 실무·팀장·임원을 거치며 축적한 경험과 역량 등을 고려해서 서 전무를 신규 사내이사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옥경석 사장은 지난 2018년 첫 사내이사 선임 이후 이번 주총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화약·방산부문 겸 기계부문의 대표를 맡으며 해외사업 진출확대를 통한 글로벌 기업으로의 경영기반 구축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승헌 방위사업연구원 비상근고문과 이석재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김 고문은 주요 회계법인에서 26년간 회계감사·세무분야에서 근무했다. 또 한국소비자원에서 활동하는 등 재무전문가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해 기업가치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석재 교수는 서양 근대 철학분야의 권위자로 영국 로저스상을 수상한 오피니언 리더다. ㈜한화의 ‘함께 멀리’라는 사회적가치 향상을 위해 사외이사진에 합류했다.

(주) 한화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해 있다.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건설, 한화호텔&리조트, 한화생명 등이 ㈜한화의 자회사들이다. 그룹 내부에서 회사가 갖는 위상은 절대적이다. 그만큼 회사의 사업 실적이나 경영 성과는 그룹 전체의 대외신인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지난 24일 김동관 부사장의 한화솔루션 사내이사 선임으로 본격화된 ‘경영권 승계’ 관련 사전 정지작업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이다.

김동관 부사장은 2011년 태양광 사업에 몸담은 뒤 약 10년 만에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라는 성과를 거두며, 경영권 승계를 위한 1라운드 검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권 승계 작업이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지난 해 6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때 간담회를 위해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 온 김승연 회장.

김승연 회장의 건강악화설과 후계구도 영향...호흡기능 떨어지고 재판과 수감 중 심각한 천식 앓아

문제는 재계 일각에서 한때 나돌았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건강악화설과 후계구도를 연결시켜 보는 관측이다. 김 회장은 지난 2018년 4월 서울대병원 암 병동 특실에 입원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일반병동이 아니라 암병동 특실에 입원한 것을 두고, 김 회장의 건강상태가 악화된 것이 아니냐 하는 추측이 불거졌다.

당시 한화그룹 측은 “김 회장이 열 감기 증세가 있어 컨디션 점검 차 입원했을 뿐”이라며 중증 건강 이상설을 부인했다. 그룹 홍보실은 “김 회장이 원래 만성 호흡기 질환이 있어 감기 증세임에도 정확한 진단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일반병동에 남은 특실이 없어 임시로 암 병동에 입원한 것이지 암과 관련된 증상은 없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2012년 8월 회삿돈 횡령으로 징역 4년, 벌금 51억 원을 선고 받아 법정 구속됐다. 서울 남부구치소 병동 2층 7번방, 독방에서 홀로 수감생활을 했다. 수감생활 내내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그룹 전체가 곤란을 겪기도 했다.

집행유예로 나오기까지 그가 수감생활을 한 시간은 1년 7개월 중 고작 4개월에 불과했다. 수감 한 달 후 우울증과 호흡곤란으로 근처 대학병원에 진료를 받았다. 총 10차례에 걸쳐 통원치료를 받았는데, 이처럼 잦은 외래 진료가 특혜 중의 특혜라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김 회장은 구속 수감 3개월 뒤 법원이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내려 병원에 입원했다. 그 사유는 우울증과 호흡곤란이었다. 당시 정신과 전문의는 우울증 약 중 벤조다이아제핀에 대한 의존증이 너무 높았고 그로 인해 호흡 기능이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김 회장은 재판과 수감 중 심각한 천식을 앓았다. 몇 차례 발작을 일으킨 적도 있었다는 서울대 병원 의사의 진술도 있었다. 그럼에도 입원 중 담배를 피웠다는 사실이 알려져 집중적인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서울 장교동의 한화그룹 사옥

재계 랭킹 7위 한화그룹 자산 65조, 계열사 75개...재계 역사상 40년 동안 '장기집권'한 재벌 총수 없어

김 회장의 건강 이상 징후가 여러 곳에서 눈에 띈다고 한다. 최근 2~3년간 그룹 내 주요 행사에서 김 회장의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고도 가지 못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많았다. 장시간 여행 중 자칫 감기몸살이 폐렴으로 전화될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해 6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때 김승연 회장이 간담회를 위해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 온 적은 있다. 다만 이 때도 과거보다 훨씬 수척한 모습으로 취재카메라에 잡힌 적이 있다.  

한화그룹 계열사 CEO 출신 인사는 “한 달에 서너 번 사옥에 출근하는 것 외에 간혹 골프를 치거나 대부분의 시간을 자택에서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앞두고 있는 한화그룹 입장에서 김 회장의 건강상태는 매우 중요하다. 유고시 그룹승계 문제와 직결되는 탓이다.

한화그룹은 자산규모 65조원, 계열사가 75개에 달하는 재계순위 7위의 대기업이다. 한국 재계 역사상 4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그룹 회장을 맡아 대기업을 경영한 인물은 없었다. 김승연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임기가 긴 오너경영인이다.

김동관 부사장은 현재 36살이다. 나이나 직위로 보면 이제 경영 일선에 나섰다고 봐도 무관할 직위다. 김승연 회장이 만 68세이지만 아직 승계를 논하기엔 이르다고도 할 수 있다.

김승연 회장의 한화그룹 대권 승계가 유력시되는 장남 김동관 부사장.

한화그룹, 김동관 부사장 완전 승계 논하기 이른건 한화시스템 때문...지분구조상 ‘대권’ 이양 쉽지 않아

중요한 것은 김동관 부사장의 나이보다도 한화가 아직 승계를 논하기 이른건 한화시스템 때문이다. 김 부사장이 가지고 있는 지주사 ㈜한화 지분은 4.4%로 아직 취약하다. 김 회장이 보유한 22.65% 지분을 물려받기 위해선 4000억 원 가량 자금이 필요하고 이때 활용될 게 한화시스템이라는 평가다.

2018년 한화S&C와 합병으로 한단계 진행된 한화시스템 활용은 지난해 11월 상장을 통해 활용 시기가 무르익는 듯 했지만 현재로서는 오히려 미뤄야 하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13일 종가 기준 한화시스템 주가는 주당 1만1100원으로 같은 달 18일 1만2200원까지 올랐었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쭉 하락세로 25일 종가는 5930원으로 52주 최고가인 1만2550원보다 53%가 빠졌다. 사실상 '반토막' 이상이 난 것이다.

이런 하락세의 원인은 먼저 공모가 자체가 높았다는 의견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입증된 것으로 상장 당시 공모가는 1만2250원이었다.

한화시스템 주가는 경영권 승계와 맞닿아 있어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정보기술(IT) 업체 한화S&C 존속법인 에이치솔루션은 12월 말 기준으로 13.41%의 지분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48.99%)에 이은 한화시스템 2대 주주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 안에서는 '태양광사업은 곧 김동관'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가운데 장기간 뚝심투자가 필요했던 이 사업에 부친 김 회장이 배후에서 전폭적인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면서 ”건강악화설에 시달리는 김승연 회장이 속으로는 경영승계를 하고 싶어도 현재 서로 이해관계가 얽힌 주요 계열사 지분구조상 ‘대권’을 물려주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그런 형편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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