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성공정신’ 실종된 재벌과 오너경영인의 책임
‘기업가 성공정신’ 실종된 재벌과 오너경영인의 책임
  • 이승훈 기자
  • 승인 2020.03.2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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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사범 3세의 경영복귀 논란...최고 경영자가 국민 앞에 나서서 당당하게 설명하고 용서 빌어야

[서울이코노미뉴스 이승훈 편집국장] 지난 2018년 8월 국내의 한 제빵 재벌이 마약혐의로 구속된 차남을 경영에서 영구 배제시켰다고 발표했다.

그는 오너경영인의 차남이다. 지난 2016년 7월 신제품 국내 론칭으로 경영능력과 관련해 주목을 받았으나, 마약사건으로 그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해당 그룹은 당시 입장문을 통해 “해당 인사를 그룹 내 모든 보직에서 즉시 물러나도록 하였으며, 향후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그룹을 아끼고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실망을 드린 점 사과 드리며, 이번 일을 계기로 법과 윤리, 사회적 책임을 더욱 엄중하게 준수하는 그룹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가 발표한 내용의 액면 그대로라면 그는 경영 일선에서 배제됐고 말았다. 잠정 보류가 아니라 영구 제명이다. 성과를 인정받으며 한때 그룹 승계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그로서는 청천벽력같은 발표였을 것이다.

그러나 극적인 발표의 효과는 여기까지였다. 마약 투약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으면서, 경영에서 영구 배제됐듯 했던 그가 그룹 회의를 참석하는 등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방송사가 지난 26일 그가 계속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그는 그룹이 '영구히' 배제한다고 밝힌 후에도 지속적으로 경영에 참여한 것이 된다.

의심스러운 점은 또 있다. 그는 당시 마약 논란 이후에도 오히려 보유지분이 '차명주식 실명 전환'을 사유로 11.4%에서 11.94%로 늘어났다. 그는 모기업의 2대 주주에 위치한다.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논란 당시 업계에서는 이미 그에 대한 그룹 차원의 영구제명 조치가 빈말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도 그룹에 대한 신사업과 관련한 광고성 기사를 살펴보면 그의 이름이 지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그룹측이 그러면서 "경영 영구 배제 약속에 대해서는 영구라는 말이 꼭 '영원히'라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는 보도내용이다. 그렇다면 이게 무슨 말장난인가. 마약혐의로 구속된 그를 경영에서 영구 배제시켰다고 발표한 것은 진심이 아니고 일단 위기에서 모면하기 위한 술책일 뿐이었다는 얘기가 아닌가.

경영 영구 배제 약속에 대해 ‘영구’라는 말이 꼭 '영원히'라는 뜻은 아니라고 해명했다는 것을 도대체 국어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들이 들어서 이해가 될지 모르겠다.

이는 마치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일부 인사들이 “술을 마셨으되 음주운전은 아니다”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한마디로 후안무치한 그룹의 민낯을 그대로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만일 이 그룹의 겉다르고 속다른 이중적 행보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정직과 신뢰를 모토로 해야 하는 식품기업으로서 도덕적, 윤리적 기반을 스스로 갉아먹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마약 범죄 사실이 드러나 형사처벌을 받은 뒤 채 2년도 안 돼 경영 영구배제는 커녕 정상적으로 출근해 회의에 참석하고 했다는 증언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을 속여도 한참 속인 것이며, 앞으로 이 회사사 어떤 약속을 한다고 해도 믿을 수가 없게 만드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우리나라 재벌의 오너기업인들은 사회적 물의를 빚을 때마다 은퇴 또는 경영배제를 약속했다가 사태가 진정되면 슬그머니 경영복귀를 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례적으로 오너 일가를 경영에서 ‘영구’ 배제한 회사의 결단을 믿었던 직원들로서는 은근슬쩍 경영복귀를 시도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배신감이 더 클 지도 모른다.

지금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재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때에 우리나라 대표적인 식품기업이 정직하고 신뢰받는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 진행되는 3세의 경영복귀 논란을 보면 이 그룹과 오너 패밀리에는 철저한 장인의식이나 ‘기업가 정신’이 실종된 느낌이다. 그렇다면 이제  해당 그룹의 최고경영자(CEO)가 답을 해야 할 차례다. 차남의 이른바 ‘위장퇴사’ 의혹에 대한 진실을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

아울러 그의 경영영구배제가 사실이 아니라면 이제라도 최고경영자가 국민 앞에 나서서 당당하게 설명하고 자신의 허물에 대한 용서를 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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