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는 ‘치외법권’...경마공원의 8번째 죽음 이제 靑-국회가 나서야
마사회는 ‘치외법권’...경마공원의 8번째 죽음 이제 靑-국회가 나서야
  • 정우람 기자
  • 승인 2020.04.02 17:26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낙순 마사회장 내부 통제력 상실-해결능력 부재...감독부처 농림부는 ‘먼 산의 불구경’ 꼴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 기자] 한국마사회(회장 김낙순)는 우리나라에서 아무도 간섭할 수 없고 통제를 받지 않는 이른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치외법권(治外法權)’인가.

고(故) 문중원 기수의 장례식을 힘겹게 치른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한국마사회(회장 김낙순)에서 8번째 '희생자'가 나왔으나 김낙순 마사회장은 물론 감독관청인 농림부 등 정부당국에서도 아무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업계에서는 고 문중원 기수 사태 때 마사회가 대책을 발표했으나 채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또 불행한 일이 벌어졌다며 이제 사태해결을 김낙순 회장 등 마사회에 맡기지 말고 청와대나 국회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일 마사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개장한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는 지난해까지 기수 4명, 마필관리사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달 30일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렛츠런파크) 소속 조교사 ㄱ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조교사의 사망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1월29일, 7번째로 숨진 기수 문중원씨의 유서를 통해 경마장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문씨는 유서에서 7년 전에 조교사 면허를 취득했지만, 마방배정 심사에서 번번이 떨어졌다며 마사회의 갑질과 부조리를 고발했다.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

마사회의 되풀이되는 비극에 대해 마사업무 관장하는 농림축산식품부나 김현수 장관 아무런 해답 없어

그러나 마사회는 책임을 개인마주제로 돌렸다. 개인마주제란 마주와 조교사가 위탁계약을 맺은 뒤, 조교사는 말 관리사를 고용하며 기수와 기승(騎乘)계약을 맺어 경마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피라미드형 위계 관계에 있는 조교사와 기수·마필관리사가 경마의 실질 운영자이지만, 조교사 면허 교부와 마방배정 심사권은 마사회가 갖고 있다.

조교사 ㄱ씨는 숨지기 사흘 전인 지난달 말 문중원씨 사망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문씨보다 조교사 면허 취득이 늦었지만, 마방배정 심사는 먼저 통과했다. ㄱ씨가 문씨의 죽음에 대해 죄책감을 가졌을 수도 있다. 경찰 조사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느꼈을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강압수사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현재로서 ㄱ씨를 죽음으로 몰고간 원인을 밝히긴 쉽지 않다. 하지만 경마공원 한 곳에서 8명이나 목숨을 끊은 것은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대명천지에 그냥 넘길 보통 일이 아니다.

부산경마공원은 2005년 개장 후 문 기수를 포함해 기수 4명과 말 관리사 3명 등 총 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7년에는 故 박경근, 이현준 마필관리사가 석 달 간격으로 목숨을 끊었다. 두 노동자가 한 사업장에서 연달아 목숨을 끊었지만 사내 징계를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시 부산경남경마본부장이었던 최 씨와 부산경마처장 박 씨를 비롯한 총 4명의 관계자가 대기발령을 받았다. 한국마사회 인사규정에 따르면 ‘견책, 근신, 감봉, 정직’ 등을 징계로 규정하고 있지만 당시 대기발령을 받았던 이들은 어느 누구도 인사위원회에 회부되지 않았다. 이들은 대기발령이 끝난 후 업무에 복귀하며 논란을 자초했다.

당시 한 사업장에서만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고용노동부는 한국마사회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했다. 이에 이양호 전 회장은 기소유예 처분을, 부산·제주 본부장은 벌금형 선고를 받았다. 당시 이들은 수사기관으로부터 형사처분을 받았지만 마사회는 별도로 사내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문 기수의 죽음에 대해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이하 민주노총)은 “정부와 마사회의 의지가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동안 공공기관을 감독해야 할 정부가 공기업인 마사회에 대한 감독 의무를 저버렸다는 것이다. 마사회의 부조리한 구조적 문제보다 개인의 일로 치부했다는 것이 큰 문제로 지목됐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혁신에 손을 놓고 있는 정치인 출신 김낙순 마사회장을 왜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는지 궁금하다"

마사회의 문제 중 하나로 꼽히는 부분은 기본급을 보장받는 서울경마공원 기수와 마필관리사와 달리 부산경마공원의 경우 순위상금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택하면서 경쟁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역시 “14년간 반복된 죽음에 대한 근본 문제 해결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이 책임회피에만 몰두하는 마사회장은 두 아이의 아빠이자 가장인 젊은 노동자를 절망에 빠뜨린 당사자를 감싸고 처벌할 수 없다는 말을 했다”며 “마사회장 김낙순은 문중원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부터 즉각 시행하라”고 비판했다.

이에 마사회 측은 “민주노총 요구를 반영해 경쟁성 완화, 기수 소득안정에 중점을 뒀다”며 “제도 개선과 합의서 이행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마사회는 이번 합의서로 조교사 개업심사 투명성 확보를 위해 외부평가위원 수를 내부 위원보다 늘린다는 방침이다. 또한 위원장을 외부위원이 맡음과 동시에 노조 대표 참관을 허용하는 쪽으로 개선한다는 입장이다.

기수 면허갱신제도 보안과 관련해서는 부산경남 기수들의 면허갱신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경마시행규정 시행세칙 중 ‘평균 기승횟수 10% 미만 기수에 갱신을 불허한다’는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에 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구성원이 숨지는 일이 다시 발생하면서 마사회의 재발방지 약속이 무색해 지고 말았다. 마사회 측은 이번 조교사 사망과 관련해서는 “아직 사망 경위에 대해 파악이 안 된 상황”이라며 “별도의 입장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문제는 마사회의 이런 되풀이되는 비극에 대해서 마사업무를 관장하는 농림축산식품부나 김현수 장관이 아무런 해답이 없다는 점이다. 만일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면 사실상 혁신에 손을 놓고 있는 정치인 출신 김낙순 마사회장을 왜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물론 마사회장도 임기가 있다. 마사회장의 규정된 임기는 3년으로 돼 있지만 이제 2년이나 지났다. 김 회장도 나름대로 경영혁신을 꾀하고 열심히 일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지난해 7번째로 숨진 기수 문중원씨 죽음의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도박 산업으로 인한 세금 말고는 사람이 죽든 기수가 죽든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지난해 이어 또 조교사 사망 사건이 터졌는데도 대한민국 마사업무를 총괄하는 공기업 수장이 뒷짐만 지고 해결을 못하고 있다. 이제는 당장 바꿔도 할 말이 없을 거라는 게 여론마저 일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정부도 마사회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 매출 7~8조 원 경마 시장을 독점하는 마사회를 견제하기 위해 남은 장치는 정부 관리감독 뿐이다. 그런데 이조차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작년 11월 29일 문 기수를 포함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만 지난 14년 간 7명, 문재인 정부 들어 4명의 기수와 마필관리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농림부가 지난 11일 청와대에 제출한 '2020 업무계획 보고'에 관련 내용은 없다.

마사회법상 농림부 장관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마사회의 보고를 받거나 마사회 서류 등을 검사할 권한'을 갖고 있지만, 문 기수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 이전에 일어난 6명의 죽음에 대해서도 농림부 장관의 권한 행사는 확인되지 않는다.

결국 마주의 눈에도 마사회는 '절대 갑'이자 '경마 관계자들의 위에 군림하며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인 셈이다. 한 경마관계자는 "한국 경마 산업은 마사회가 마음대로 하도록 국가가 방치하는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가 관할 부처인데도 별로 관심이 없다"면서 "정부는 도박 산업으로 인한 세금 말고는 사람이 죽든 기수가 죽든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