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서경배에 '면죄부'?...아모레 계열사 대출에 담보 무상제공 고발 안 해
공정위, 서경배에 '면죄부'?...아모레 계열사 대출에 담보 무상제공 고발 안 해
  • 윤석현 기자
  • 승인 2020.04.0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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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코스비전 부당지원에 과징금 9600만원 부과..."문재인 정부 개혁의지 후퇴한 것 아니냐" 지적도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계열사가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하는 과정에서 무상으로 담보를 제공해 부당지원 혐의를 받은 아모레퍼시픽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기업집단 아모레퍼시픽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이 100% 자회사 코스비전에 대한 부당지원 혐의에 대해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코스비전에 각각 4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6일 밝혔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부당지원 및 일감몰아주기 행위에 대해 강하게 대처해 왔다. 해당 행위로 공정한 경쟁질서를 저해하고, 총수일가에 과도한 이익을 몰아주면서 대주주의 승계로 이용될 수 있다는 판단에 통상 검찰 고발을 결정하곤 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검찰 고발을 제외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공정위가 부당지원과 일감몰아주기 행위에 대해 고발을 하지 않은 것은 동부그룹의 부당지원 건 이후 처음이다.

애초 공정위 사무처, 검찰 고발 의견 제시..."모회사, 자회사에 과도한 이익 몰아줘"

애초 공정위 사무처(검찰격)는 심사보고서(공소장 격) 제출 단계에서 검찰 고발 의견을 제시했다.  모회사의 지원이 없었다면 대출이 쉽지 않았고 공장증설도 어려워 모회사가 자회사에 과도한 이익을 몰아준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1억3900만원의 부당이익만 따져서는 안 되고 다른 경쟁사업자들이 화장품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뺐은 것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해당 지원행위로 인해 서경배 회장이 직접적으로 얻은 이익은 없고, 해당 지원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인지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고의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코스비전이 1년 후 혐의를 인지하고 부당한 금리혜택을 모두 아모레퍼시픽그룹에 돌려줬다는 점도 설명했고, 위원회(법원격)는 이를 받아들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부당지원 행위로 다른 경쟁사업자들에 비해 유리한 조건으로 경쟁을 했기 때문에 검찰 고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위원회에서 부당이득 규모가 적고 총수일가가 이익을 취한 점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코스비전은 2011년 아모레퍼시픽 계열사로 편입했다. 아모레퍼시픽ㆍ이니스프리ㆍ에뛰드 같은 화장품의 주문자위탁생산(OEM)을 맡은 회사다. 매출 대부분을 계열사 거래에 의존한다. 아모레퍼시픽이 지분 100%를 가진 자회사라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번 사건 지원거래 구조/사진=공정거래위원회
이번 사건 지원거래 구조/사진=공정거래위원회

아모레퍼시픽이란 ‘뒷배’를 뒀지만 2015년부터 당기순이익이 줄었다. 공장 신축비용 때문에 현금 흐름이 나빠지면서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 했지만 변변한 담보가 없었다. 그러자 아모레퍼시픽이 지원군으로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은 코스비전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시설자금 600억원을 빌릴 수 있도록 자신이 가진 우리은행 정기예금(750억원)을 무상 담보로 제공했다.

코스비전은 2016년 8월부터 1년 동안 은행에서 저리(1.72 ~ 2.01%)로 돈을 빌렸다. 아모레퍼시픽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적용받았을 금리(2.04 ~ 2.33%)보다 13% 이상 낮았다. 덕분에 1억3900만원을 아꼈다. 코스비전은 싸게 빌린 돈으로 새 공장을 지은 덕분에 화장품 제조ㆍ포장 능력을 50% 늘릴 수 있었다. 2016~2017년 국내 화장품 OEM 시장에서 3위 자리를 지켰다.

이승규 공정위 지주회사과장은 “대기업이 생산 물량을 전량 공급하는 계열사를 부당 지원해 경제력 집중을 강화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과 딸 서민정씨, ‘신형 우선주’ 활용한 '꼼수' 승계도 논란

하지만 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회장의 불공정거래는 이 뿐 만이 아니다. 서 회장의 장녀 서민정씨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정씨는 현재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 2.93%와 계열사인 이니스프리 지분 18.18%, 에뛰드 지분 19.52%, 에스쁘아 지분 19.52%를 보유하고 있다. 이 계열사들 역시 상당수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는 구조다.

지난해 말 기준 이니스프리는 5989억원 중 1056억원을, 에뛰드는 2183억원 중 293억원을, 에스쁘아는 421억원 중 57억원 등이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더구나 서경배 회장과 서민정씨의 ‘신형우선주’를 활용한 꼼수 승계도 논란이 되고 있다. 서 회장은 지난 2006년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아모레퍼시픽 신형우선주 20만1448주를 중학생이던 서민정씨에게 증여했다.

서 회장은 10년 후 신형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했고 서민정씨는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 2.93%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는 당시 신형우선주의 가치가 너무 낮게 책정돼 증여세를 적게 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단체는 지분승계 비용을 줄이려했다는 꼼수라며 비판하고 있다.

서경배 회장은 2012년 150억원의 증여세를 추가로 부과했고 서 회장 측은 과세 전 적부심을 통해 80억원으로 감면받아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당시 규정에 따라 우선주의 가치를 산출했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증여세를 모두 납부했다”면서 서민정씨의 일감 몰아주기와 그룹 지배력 장악에 대해서도 부정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검찰이 기소를 하지 않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공정위도 최근들어 검찰 고발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혐의가 있는데도 공정위가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검찰 고발을 제외한 것은 이례적이며, 문재인 정부의 개혁의지가 후퇴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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