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사태 전부터 사실상 위기 시작돼..."경영 부실 직원에게 전가한 셈"
[서울이코노미뉴스 신현아 기자]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가운데, 올해 1월부터 직원들의 국민연금과 고용보험을 체납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채널 A가 공개한 이스타항공 직원의 올해 1~2월 월급명세서를 보면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회사납부액을 월급에서 공제했다고 돼 있다. 하지만 직원들 확인 결과, 올해부터 모두 체납돼 있었다.
이스타항공 소속 직원 A씨는 "월급명세서에서 공제되어 있으니까 체납되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고 관련 공지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사측은 고용보험이나 국민연금으로 납부하지 않았다면, 이 금액을 월급으로 지급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은 직원 모르게 연금과 보험료를 체납해 놓고, 코로나 19 여파에 따른 경영 상황 악화를 이유로 2월에는 기존 월급의 40%만, 지난달부터는 아예 월급을 지불하지 않았다.
코로나 19가 본격화되기 전인 올해 1월부터 연금과 보험을 체납해온 점을 미루어볼 때 이스타항공의 위기는 사실상 코로나 19 이전부터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행기의 수를 절반 가까이 줄이고, 대규모 감원을 진행하는 것도 회사 매각을 위한 절차이지 코로나 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이 알려지자 코로나 19는 핑계일 뿐 부실 경영의 책임을 직원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도 항공업계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자본이 잠식된 이스타항공은 직접 지원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지난 6일 직원 1600여 명 가운데 350여 명을 구조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체 직원의 20% 규모로 당초 계획보다 절반 정도 줄어든 인원이다.
이스타항공은 앞서 보유 항공기가 줄어들 것을 고려해 직원의 45%인 750명 정도를 구조조정하려 검토했으나, 노사간 고통 분담을 통해 인력조정을 최소화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 19 사태로 항공사에서 대규모 정리해고가 이뤄지는 것은 이스타항공이 처음이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재무상태 악화로 정부가 LCC에 해주려는 긴급 자금 지원조차 받기 힘든 상황이다. 이스타항공과 노사는 직원들의 급여 추가 반납 또는 무급 휴직 등의 방식으로 고통을 분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