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환의 의창(醫窓)]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의 코
[안태환의 의창(醫窓)]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의 코
  • 안태환
  • 승인 2020.04.08 10:00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간의 아름다움은 내면의 성찰과 건강한 육체서 나와...코질환에 대한 치료가 먼저

[안태환 칼럼] 자신의 코가 불만족스러워 찾아온 환자들은 막무가내로 “콧대를 높게 세워달라”고 요구한다. 대략난감이다. 자신의 얼굴 형태 비율과 코질환에 대한 의학적 고려 없이 무조건적인 코성형은 의사로서 지난한 설득을 수반한다. 사람마다 콧대의 미적 기준은 제각각이지만 ‘호흡하기 편하고 얼굴과 전체 조화를 이루는 코가 가장 아름다운 코’라는 확신은 여전히 유효하다.

로마 공화정의 두 영웅 카이사르, 안토니우스와 함께 로마 정치사의 중요 인물이었던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 7세는 치명적인 팜므파탈의 이미지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루이16세의 왕비였던 마리 앙뚜아네트의 가슴과 더불어 클레오파트라의 코는 언제부터인가 현대인들에게 아름다운 코의 상징이 되었다. 아름다움으로 권력을 지배하던 그녀의 오뚝하고 세련된 코를 닮기 위한 기대심이 투영된 결과이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될 진실이 있다. 코 미인들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그들의 코와 싱크로율을 지향하는 성형수술을 한다면 결국,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코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다시금 재수술을 하게 되는 사람들도 증가추세에 있다.

지난 2004년 경, 학술대회 참석차 방문한 런던에서 일정을 마치고 브리티시 박물관을 찾았다. 그곳에서 마침내 클레오파트라의 코를 대면하였다. 때마침 ‘클레오파트라 특별전’ 기간이었다. 평소 클레오파트라의 높은 코를 구설로만 전해 듣다가 전시된 클레오파트라의 조각상을 살펴보니, 그녀의 코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아름다운 코보다 전형적인 매부리코에 가까웠다.

조각상이라는 한계를 전제하더라도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높을 것이라고 추측하던 그간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사실, 코가 높다는 의미는 단순히 미간 부분이 높다는 의미 뿐 아니라 콧등이 높은 것일 수도 있고 코끝이 높은 것일 수도 있다. 브리티시에서 목도한 클레오파트라의 코는 후자에 근접했다. 코가 반듯하지 않으면 얼굴의 아름다움과 생동감이 살아나지 않는다. 클레오파트라와 같은 매부리코와 축농증(만성부비동염)과 비염을 동반하는 휜 코는 적절한 수술이 필요하다. 이럴 때 치료와 미용의 콜라보가 가능하다. 의학적으로 지극히 유효하며 환자의 만족도도 높다.

늘 환자들에게 설명하는 이야기지만 단순히 코를 높이는 것보다는 조화로움의 가치를 우선시 하면 그 느낌은 확연히 달라진다. 더군다나 신체의 기관 중 코의 기능은 실로 막중하다. ‘생명의 마중물’이기 때문이다. 코질환을 야기할 수 있는 수술은 안하니만 못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미적 욕망을 추구한다. 낭만파 시인 영국의 존 키츠는 ‘미는 곧 선’이라 했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그러나 인간의 아름다움은 내면의 성찰과 건강한 육체에서 기인한다. 코질환에 대한 치료가 먼저다. 1인치의 콧대를 치료적으로 회복해서 사회공동체를 이루는 구성원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연재를 시작하며 결기를 다진다.

잊지 말아야 될 역사적 팩트, 클레오파트라 7세는 아름다운 여성 만은 아니었다. 열정적이며 지혜로운 위정자였고, 개인의 안위보다는 이집트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선지자였다. 지혜로움과 공동체에 대한 애정은 꽃보다 아름답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안태환

▪ 강남프레쉬이비인후과의원 강남본원 대표원장

▪ 이비인후과 전문의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 의학박사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 서울 삼성의료원 성균관대학교 외래교수

▪ 대한이비인후과 의사회 전 학술이사

▪ 대한이비인후과 학회 학술위원

▪ 대한미용외과 의학회 부회장

▪ 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부회장

▪ 2017년 ‘한국의 명의 100인’ 선정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