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신현아 기자] 석유수출기구(OPEC)와 비회원산유국 연합체인 OPEC+가 5,6월 두 달 간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는 데 최종 합의했다.
이로써 지난달 초부터 이어져 온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유가 전쟁이 한 달 만에 일단락됐다. 다만, 감산 규모가 수요 감소량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유가가 안정을 찾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OPEC+가 이날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이같이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코로나 19에 따른 수요 감소로 유가가 급락하자 이를 안정시키기 위한 원유 감산 논의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OPEC+는 지난 9일 약 10시간에 걸친 화상회의에서 원유 가격의 폭락을 막기 위해 하루 1000만배럴을 감산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멕시코의 반대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OPEC+는 멕시코에 하루 40만 배럴 감축을 요구한 반면, 멕시코는 하루 10만 배럴만 감산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10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에너지장관 회의에서도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참가국 모두 시장이 안정돼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인 감산 수치를 논의하기는 꺼렸다.
그러나 이날 최종 합의된 감산량이 970만 배럴임을 감안할 때, 결국 OPEC+가 멕시코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란 석유장관은 이날 회의 뒤 "하루 10만 배럴을 감산하겠다는 멕시코의 요구를 OPEC+가 승인했다"고 말했다.
이날 최종 합의된 감산 규모는 그간 OPEC+가 결정한 감산·증산량 가운데 최대 규모지만, 유가가 오를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 19로 감소할 원유 수요량이 하루 3000만 배럴로 전망되는 만큼 OPEC+의 감산량으로는 국제 원유 시장의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우려에서다.
아울러 OPEC+에 참여하지 않는 미국의 경우 민간 기업에 감산을 강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미국에서 가장 큰 석유 단체인 미국석유협회(API)는 "팬데믹(세계적인 대유행병)에 따른 에너지 수요 감소에 맞춰 공급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OPEC+가 약속대로 감산에 나설지를 두고도 의구심이 제기된다. 독립 분석가 고라브 샤마는 BBC에 "러시아는 지난해 OPEC+ 합의에 따르는 데 매우 부진했다. 그래서 시장은 발표된 (감산 합의) 수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5~6월 하루 1000만 배럴 감산 소식이 전해진 지난 9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9.3%(2.33달러) 미끄러졌다.
앞서 국제 유가는 코로나 19 사태에 따른 경제 충격으로 원유 수요가 감소한 데다 주요 산유국들이 석유 전쟁에 돌입하자 폭락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중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20달러 선으로 추락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