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조직적 고객만족도 조작 '들통'…손병석 사장은 책임 없나?
코레일, 조직적 고객만족도 조작 '들통'…손병석 사장은 책임 없나?
  • 김준희 기자
  • 승인 2020.04.1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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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발표, 올 초 직원 208명 조작에 동원…30명 문책, 16명 수사 의뢰

[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한국철도(코레일)가 올해 초 직원들을 무더기로 동원, 고객인 척 가장하고 설문조사에 참여토록 하는 수법으로 고객만족도 조사를 조작한 것으로 국토교통부 감사에서 드러났다.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획재정부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320여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매년 한 차례 실시한다. 성적표는 경영실적 평가 지표로 활용돼 임직원 성과급에 영향을 미친다.

국토부는 19일 코레일의 고객만족도 조작 의혹을 감사한 결과, 직원 208명이 222건의 설문조사에 참여한 사실을 밝혀냈다고 발표했다.

국토부는 지역본부장(처장급) 등 9명을 징계하고 21명은 경고 조치하는 등 모두 30명을 문책하도록 요구했다.

징계 대상 중 설문 조작을 주도한 7명과 지시·묵인 의혹이 있는 상급자 9명 등 총 16명은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코레일에는 ‘기관경고’를 내렸다. 

국토부의 이번 발표에서는 빠졌지만 코레일의 이 같은 고객만족도 조작은 2017년부터 4년 연속 상습적으로 반복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철도는 이에 힘입어 2017년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최고인 S등급을, 2018년에는 A등급을 받았다.

4년 연속 조작…수뇌부 징계 제외는 ‘제 식구 감싸기’ ‘권력 눈치 보기’

손병석 코레일 사장이 작년 3월27일 취임식에서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철도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요지로 연설하고 있다./코레일 제공

그런데도 손병석 사장을 비롯한 수뇌부는 징계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제 식구 감싸기’ ‘권력 눈치 보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해 3월 취임한 손 사장은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국토부에서 지냈고. 그 외 임원진들은 이른바 ‘낙하산’들이 다수다. 

이날 국토부 발표에 따르면 코레일에 대한 2019년 고객만족도 조사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주관으로 전국 25개 기차역에서 올해 1월 13일부터 2월 1일까지 실시됐다.

이 기간 동안 전국 12개 지역본부 중 8개 본부 소속 직원들이 경영실적 평가를 높게 받고 성과급을 많이 타기 위한 목적으로 고객인 것처럼 위장해 설문에 참여했다.

이들 직원이 참여한 설문조사는 전체 1438건 중 15.4%(222건)에 이른다.

"성과급 많이 타려고"...단체 대화방을 통해 조사원 동선과 사진, 속이는 방법 등 공유

이러한 사실은 지난 2월 2일 코레일 서울본부 직원의 제보를 jTBC가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의 고객만족도 조사가 시작되자 코레일 서울본부 직원들은 200여명이 참여한 단체 대화방을 통해 조사원의 동선과 사진, 조사에 참여하는 방법 등을 공유했다.

예컨대 어느 날은 공공기관 고객만족 조사원이 오류동에서 서울역으로 이동한다는 메시지가 단체 대화방에 올라왔다. 직원들은 조사원이 누군인지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사원들이 서울역에 도착하자 코레일 직원은 조사원 사진을 몰래 찍어 공유 했다. 

그러면서 “조사원들은  보이는 사람이 보통 테블릿 PC를 갖고 있다. 조사원들은 주변을 맴돌면서 조사를 받게끔 시도한다.”는 정보도 단체 대화방에 올라왔다.

고객으로 가장해 설문조사에 참여할 때 주의 사항도 있다. “10점만 주면 티 나니까 9점, 8점을 적절히 섞어가면서 해라”는 식이다.

지난 1월 30일에는 용산역에 조사원이 왔다며 모든 직원을 소집하는 메시지가 올라오기도 했다.

당시 한 직원은 조사원들로 보이는 CCTV 화면을 올렸고, 식당까지 미행해 찍은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제보 직원은 “2017년, 2018년, 2019년 그리고 이번에 4년째 (조작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조사원들이) 자기가 이렇게 사찰당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소름이 끼칠 일”이라고 말했다.

“일부 직원 휴일에 호출돼 조작에 참여했고, 11명은 두세 번 중복 참여”

국토부의 감사 결과, 서울본부에서는 영업처 주도로 대응계획을 수립하고 인력 투입 등을 모의하는 등 만족도 조사 전 과정에 체계적으로 개입해 직원들이 총 136건의 설문에 응하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통해 조사업체의 조사원 얼굴 사진을 공유하고 역 CCTV로 조사원의 동선을 파악하면서 직원들이 고객인 양 자연스럽게 조사원과 마주치게 하는 방식으로 설문에 응하도록 했다.

일부 직원은 휴일에 호출돼 설문조사에 응했고 11명은 두세 번 중복 참여하기도 했다.

수도권 서부 등 3개 본부에서도 서울본부 수준은 아니지만 영업처가 직원들에게 설문에 참여하도록 조직적으로 권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부는 2018년도 이전 조사에 대해서도 감사를 벌여 일부 지역본부에서 설문 조작행위가 있었던 정황을 발견했으나 '개인정보보호법' 등 규정에 따라 관련 자료가 이미 폐기돼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기재부는 올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과정에서 이번 감사결과를 반영해 한국철도 임직원들의 성과급에 대한 불이익 등 후속조치를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경영실적 평가는 6월 발표된다.

한국철도는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작에 대해 국민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면서 "관련자 전원을 엄중 문책하고 전 직원 특별 윤리교육을 포함한 근본적인, 특단의 재발방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투명하고 신뢰받는 공기업으로 거듭 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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