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신현아 기자] 국제유가가 곤두박칠 치면서 급기야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지는 전례 없는 현상이 발생했다.
코로나 19 여파로 넘치는 공급을 수요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원유시장의 선물 만기까지 겹친 탓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 17일 종가 18.28달러에서 55.90달러, 305% 폭락한 수치다.
국제 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인 데다 '-37달러'라는 수치 자체도 기록적이다. 장중 최저치는 -40.32달러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수요가 아예 실종됐다는 의미다. 재고는 넘쳐나고 원유 저장 시설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닥친 것이다. 원유 생산업체는 되레 돈을 얹어주고 원유를 팔아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코로나 19 여파로 유가하락 압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선물만기' 효과까지 겹치며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5월물 WTI 만기일(21일)을 앞두고 선물 투자자들은 5월물 원유를 실제로 인수하기보다는 대부분 6월물로 갈아타는 '롤오버'를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5월물 거래량은 적었고, 오히려 6월물이 활발하게 거래됐다고 WSJ는 보도했다.
실제로 '글로벌 벤치마크' 유종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25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오후 3시 45분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는 7.98%(2.24달러) 내린 25.84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21일부터 본격적으로 거래되는 6월물 WTI는 4.09달러 내린 20.94달러에 거래됐다. WTI 10월물은 32달러, 11월~12월물은 33달러선에 머물고 있다.
이는 미국산 원유 수요가 올해 가을쯤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깔린 것으로, 결제월이 늦어질수록 높은 가격이 형성되는 이른바 '콘탱고'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석유수출기구(OPEC)와 비회원산유국 연합체인 OPEC+는 지난 12일 화상회의를 열고 5∼6월 두 달간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는데 최종 합의했다.
하지만 OPEC+의 감산 규모가 하루 3000만 배럴로 전망되는 원유 수요 감소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만큼 국제 원유 시장의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하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