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충격으로 올 1분기 한국경제 성장률이 -1.4%로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3.3%) 이후 11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뒷걸음질 친 것이다.
한국은행은 23일 지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460조9703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4%인 6조5246억 원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가 2월부터 본격적으로 확산하면서 민간소비와 서비스업 생산이 1998년 외환위기 때에 버금가는 충격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민간소비는 1분기에 6.4% 감소해 1998년 1분기 -13.8% 이후 2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이 외출을 삼가면서 음식·숙박, 오락문화 등 서비스 소비는 물론 승용차, 의류 등 재화 소비까지 모두 줄었다.
1분기 민간소비는 전체 실질 GDP를 3.1%포인트 끌어내렸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 전망한 국내 경기 흐름 등을 고려해봤을 때 코로나19는 국내 1분기 성장률을 2% 혹은 그 이상 낮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소비를 제외한 나머지 항목은 코로나19 사태 속에 비교적 선방했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가 늘어 0.2% 증가했고, 건설투자는 토목건설을 중심으로 1.3% 늘었다.
정부소비도 물건비 지출을 중심으로 0.9% 증가했다. 정부 소비는 작년 4분기 증가율이 2.5%에 달해 올해 1분기엔 감소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예산을 조기 집행하면서 늘어났다.
수출은 2% 감소 수준에 그쳤다. 자동차, 기계류, 화학제품 수출 모두 줄어들었지만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지속해 이를 상쇄했다.
생산 측면에서는 서비스업이 2.0% 감소해 충격이 컸다. 그 중에서도 운수업이(-12.6%)의 감소폭이 가장 컸고,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6.5%), 문화 및 기타서비스업(-6.2%)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제조업은 운송장비 및 1차 금속제품이 감소했으나 반도체 부문의 증가가 이를 상쇄해 전체적으론 1.8% 감소했다.
1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기 대비 0.6% 감소했다. 교역조건이 개선되면서 감소폭이 실질 GDP보다는 적었다.
글로벌 충격 본격화한 2분기 성장률 더 낮아질 수도
문제는 2분기부터다.
3월 이후 세계 각국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가 큰 충격 속에 휘청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0%로 전망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3월 고용이 크게 악화했고 이는 내수에 다시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해외 주요국은 3월부터 코로나19 상황이 본격화해 글로벌 수요 위축에 따른 영향이 수출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2분기부터 수출이 코로나19 충격을 본격적으로 받으면서 올해 성장률이 간신히 0%를 맞추는 데 그치거나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2∼4분기 각각 전기 대비 0.03%포인트 이상 성장할 경우 연간 성장률은 플러스가 된다"면서 "3분기부터 경기가 조금씩 회복해 4분기 경제활동 수준이 작년 4분기와 비슷하게 된다면 0% 부근의 성장세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