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습 ‘선시공 후계약’에 ‘단가 후려치기’까지...삼성重 검찰고발
악습 ‘선시공 후계약’에 ‘단가 후려치기’까지...삼성重 검찰고발
  • 박미연 기자
  • 승인 2020.04.2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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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 발급 지연, 객관적 사유 없는 대금 깎기와 일방적 계약 취소·변경 일삼아
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 제공

[서울이코노미뉴스 박미연 기자] 삼성중공업이 하도급업체를 압박해 대금을 깎고 작업 시작 후에야 계약서를 발급하는 등 하도급법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업체들에 선박·해양플랜트 제조를 위탁하면서 사전계약서를 발급하지 않고, 하도급 대금 ‘후려치기’를 일삼은 삼성중공업 법인을 검찰 고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시정명령과 함께 36억원의 과징금도 부과했다.

공정위는 삼성중공업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206개 사내·외 하도급업체에 3만8451건의 선박·해양플랜트 제조를 맡기는 과정에서 작업 시작 후에야 계약서를 발급했다고 전했다.

계약서 3만8451건 중 전자서명이 완료되기도 전에 이미 공사 실적이 발생한 경우가 무려 3만6646건에 달했다. 공사 완료 이후 계약이 체결된 경우도 684건으로 파악됐다. 지연발급 건을 파기하고 재계약을 체결한 사례 1121건도 확인됐다.

이는 명백한 하도급법 위반이다. 하도급법은 하도급 계약의 내용과 당사자 간 서명, 하도급 대금 등 주요 사항이 담긴 서명 계약서를 발급하고, 계약일은 전자서명이 완료된 날짜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은 전자서명 완료 시점이 아닌 자신이 계약서를 작성한 날짜를 계약 일자로 표기해 겉으로는 지연발급이 드러나지 않았다. 조선업계 오랜 불공정거래 관행이었던 ‘선시공 후계약’ 행위를 그대로 답습한 셈이다.

또 삼성중공업은 2017년 7월 선체 페인트칠 작업 단가를 일률적으로 부당하게 인하했다. 뚜렷한 이유는 없었다. 이에 따라 하도급업체 10곳은 409건의 작업 대금 5억원가량을 받지 못했다. 공정위는 “선체 도장 작업이 이뤄지는 도크과 선박 종류별로 작업 난이도가 다른 만큼 일정 비율로 단가를 인하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다. 삼성중공업은 하도급업체의 작업 실적을 실제보다 낮게 책정해 부당하게 대금 단가를 깎았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전형적인 갑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95개 사내 하도급업체가 위탁받은 2912건의 추가공사를 시행하며 투입한 ‘공수’(노동시간) 규모는 28만1057공수였다. 공수는 하도급 대금 산정 기준이 된다.

삼성중공업은 실제 투입된 공수의 약 30%(8만1757공수)만 인정해 하도급업체들은 약 13억원의 손해를 봤다. 이러한 대금 결정은 하도급업체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졌다. 삼성중공업 생산부서의 검토 요청을 받은 원인·예산부서는 객관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대금을 삭감했다. 심지어 작업이 끝난 뒤에야 해당 조건의 계약이 체결되기도 했다.

아울러 삼성중공업은 2015~2018년 142개 사외 협력사에 위탁한 6161건의 선박부품 발주 건을 임의로 취소·변경했다. 협력사에는 귀책사유가 없었지만, 취소 및 변경에 따른 손실은 협력사가 고스란히 떠안았다.

장혜림 공정위 제조하도급개선과장은 “이번 조치는 관행적 ‘선시공 후계약’ 행위와 하도급업체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낮은 단가에 하도급 대금을 결정한 행위 등을 제재한 것”이라며 “앞으로 하도급 관련 의무가 준수되고 대금 결정 과정이 투명해지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공정위는 올해 중형조선사들의 하도급법 위반 여부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윤수현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형조선사들의 불공정 하도급거래와 관련해 신고가 접수된 것들이 꽤 있다”며 “필요한 범위에서 직권인지도 진행해 조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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