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 기자]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자료를 삭제·폐기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광현(63) 전 애경산업 대표에 대해 대법원이 실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고 전 대표의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29일 확정했다.
고 전 대표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양모(57) 전 전무, 이모(51) 전 팀장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원심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원심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증거인멸교사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고 전 대표 등은 지난 2016년부터 가습기 살균제 관련 수사가 본격화되자 내부 자료를 폐기·삭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 전 대표의 지시에 따라 지난 2016년 초 검찰 수사 개시 직후 애경산업 및 산하 연구소 등 직원들이 사용하는 업무용 PC와 노트북에서 가습기 살균제 관련 파일을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컴퓨터 하드디스크 구멍을 뚫어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등 하드디스크와 노트북을 바꾼 것으로도 파악됐다.
고 전 대표 등은 또 2016년 10월 국정조사가 종료된 후에는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자료를 폐기하거나 숨기는 등 증거를 인멸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1심은 “고 전 대표 등은 죄책감 없이 일상적 회사 업무로 (증거) 은닉과 증거인멸 교사죄를 저질렀고, 우리 사회에 큰 문제를 야기한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실체 규명 가능성에 손실을 초래했다”며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2심도 “가습기살균제로 야기된 피해, 사회적 충격 등을 고려할 때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유통 과정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책임소재가 철저히 규명돼야 하고 엄중한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며 “고 전 대표는 대표로서 범행을 지시했음이 인정됨에도 지속적으로 나머지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을 뿐이어서 합당한 엄격한 처벌 필요하다”고 했다.
애경산업은 2002~2011년 SK케미칼과 함께 제조한 가습기메이트를 판매했다. 가습기메이트는 흡입 독성 원료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으로 만들어졌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에 따르면 29일 기준 복수 제품 사용자 포함 가습기메이트로 인한 폐질환자 수는 총 1500명이다. 가습기메이트 사용자 중 천식질환을 신고한 피해자는 총 1444명이다. 태아 피해는 15명이 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