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경제 시대, 극장 진영과 스트리밍 진영의 대결을 보며
언택트 경제 시대, 극장 진영과 스트리밍 진영의 대결을 보며
  • 이승훈 기자
  • 승인 2020.04.2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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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화와 초연결로 언택트 경제 시대를 맞아야 산업의 영속성을 찾을 것

 

[서울이코노미뉴스 이승훈 편집국장] 코로나19 이후 라이프스타일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겨났다. 이를 두고 새로운 시대 구분이라며 BC, AC 즉 Before Corona, After Corona라는 용어도 거론된다.

경제,산업적인 측면에서 이러한 새로운 시대는 언택트(Untact, No-contact)의 시대다. 즉 접촉하지 않는 언택트 경제, 언택트 산업이 앞으로 주목받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시대 구분에 따라 접촉하는 경제, 산업을 구경제, 언택트 경제, 산업을 신경제로 부르기도 한다.

이 때 구경제 산업 중의 하나가 바로 영화관, 극장 산업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 극장가가 큰 불황에 빠졌다. 감염을 두려워한 소비자들이 영화 콘텐츠의 주된 통로였던 극장을 찾지 않게됐다.

최근 미국의 영화 제작·배급사인 유니버셜이 영화 올해 초 ‘트롤 : 월드투어’를 만들어 놓고 배급을 할 찰나 코로나19 사태로 극장 관객이 급감하자 고민하다 극장을 포기하고 VOD(주문형 비디오)로 방향을 선회했다.

유니버셜은 지난 10일 지난 10일 미국 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 영화를 공개했다. 가격은 프리미엄급으로 19.99달러로 책정했다. 고심 끝에 선택한 VOD 우선 전략은 성공했다.

미국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까지 ‘트롤 : 월드투어’는 출시 3주만에 1억달러(121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실제 수익에 있어서는 극장 배급보다 VOD배급이 더 많았다.

‘트롤 : 월드투어’의 전편인 ‘트롤’은 2016년 개봉 당시 5개월 동안의 박스오피스매출이 1억5370만달러였다. 이 중 매출의 절반은 극장에 주고 유니버셜은 매출의 50% 가량 약 7600만달러를 가져갔다.

그런데 VOD에 배급한 ‘트롤 : 월드투어’는 개봉 3주만에 매출 1억달러를 돌파했고 이 중 매출의 20%를 VOD플랫폼에 주고 유니버셜은 매출의 80%가량인 8000만달러를 가져갔다. 극장 : 5개월만에 7600만달러 vs. VOD : 3주만에 8000만달러. 유니버셜 측 입장에서는 VOD쪽(혹은 선 VOD+후 극장)이 ‘수지맞는 장사’였다.

'트롤 : 월드투어' 스틸컷
'트롤 : 월드투어' 스틸컷

유니버셜스튜디오 모회사인 NBC유니버셜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셸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최근의 실적을 언론에 자랑하며 “앞으로 영화들은 극장과 VOD에 동시 개봉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28일(현지시간) 전미극장주협회(NATO)는 곧바로 성명을 내고 “유니버설이 트롤 월드투어의 PVOD 결과에 만족할지 모르지만 이를 할리우드에서 ‘뉴 노멀(새로운 정상)’의 신호로 해석해선 안된다”고 경고성 의사를 표명했다.

미국 최대 극장 체인 AMC의 아담 애런 CEO는 “앞으로 유니버셜의 영화를 상영하지 않겠다”며 극도의 분노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언택트 경제 하에서 영화 콘텐츠의 VOD 유통은 아무래도 ‘뉴 노멀’로 봐야할 것 같다. 미래학자들이 제시하는 코로나19 이후의 미래상은 한결같다. 앞으로 코로나19 이전의 라이프스타일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이같은 VOD, 즉 스트리밍과 극장의 갈등은 이미 3년전에 감지된 바 있다. 지난 2017년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상영 8분만에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옥자’의 투자·제작·배급을 맡은 넷플릭스의 로고가 화면에 뜨자 분노한 영화인들이 소란을 일으킨 탓이다.

심지어 일부 영화인들은 똑같은 콘텐츠라고 할지라도 ‘스트리밍’에 먼저 배급되면 영화가 아니라며 영화제에 출품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극장’에 먼저 배급되고 ‘스트리밍’에 나중에 배급돼야 영화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인들이 영화라고 하든, 영화가 아니라고 하든 관객들은 관심이 없다. 구 경제 시대의 영화인들이 분노하는 것으로부터 초연하게 스트리밍 산업은 매년 크게 발달하고 있다.

넷플릭스 주가는 2016년 130달러에서 2020년 현재 400달러를 넘어섰다. 코로나19에도 아랑곳 않고 언택트 수혜주 중 하나인 넷플릭스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인다. 반면에 AMC의 주가는 2017년 34달러에서 2020년 현재 4달러로 지속적으로 추락했다.

한국의 상황도 예외가 아니다 CJ CGV는 2016년 이래 매년 같은 비율로 주가가 하락했다.  당시 13만원대의 주가는 매년 일정한 비율로 하락하여 현재 2만6000원대로 추락했다.

CJ CGV의 주가 변화

추세선으로 보면 굳이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가 없었어도 극장산업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극장 산업이 지금과 같은 위기를 극복하려면 일단 언택트 경제가 ‘뉴 노멀’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코로나는 이를 확인시켜준 것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앞으로 VOD를 통해 영화를 보는 것이 일반적으로 되면 영화관에서 실감나게 볼 수 있는 블록버스터 영화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홈씨어터 기술과 특수 시청각 장치들도 그만큼 발달하기 때문에 극장에서 실감나게 볼 수 있는 블록버스터 영화들도 여전히 나올 것이다.

극장 산업이 스트리밍 산업보다 먼저 각 가정에 홈씨어터로 침투하고 초연결로 가정들을 연결시켜주지 못하면 앞으로 극장 산업은 사양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언택트를 단순히 '접촉'이라는 키워드에 매몰돼 "접촉하지 않는 것"이라고 보면 도무지 이를 극복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언택트를 '개별화'와 '초연결'이라는 키워드로 재구성하면 극복할 방법이 보인다.  

아무튼 극장에 먼저 개봉해야 영화이고 스트리밍에 먼저 개봉하면 영화가 아니라는 발상은 이제 휴지통에 넣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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