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미국의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90)이 코로나19 여파로 올 1분기에만 약 61조 원을 잃었다.
지난 2월 코로나19 사태가 곧 지나갈 것으로 보고 미국의 항공주들을 선제적으로 대량 매입했지만, 사태 장기화에 따라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큰 손해를 봤다.
외신에 따르면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 2일(현지 시간) 실적 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에 497억 달러(약 60조6340억 원)의 순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대규모 손실은 545억2000만 달러에 이르는 투자 손실의 영향이 컸다.
특히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 2월 델타항공 97만6000주 매입을 시작으로 미 주요 항공사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입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세계 항공업계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지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버핏 회장은 이날 온라인 주주총회에서 “보유했던 델타, 아메리칸, 사우스웨스트, 유나이티드 항공 등 미 4대 항공사 주식을 전부 팔았다. 내 실수였다”고 투자 실패를 시인했다.
버핏 회장이 매도한 항공주 규모는 약 60억 달러로 추정된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1분기 말 기준 1370억 달러(약 167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버핏 회장은 마땅한 투자처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 어떠한 투자도 하지 않았다”면서 “이러한 상황은 갑자기 바뀔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버핏 회장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골드만삭스에 대한 지분을 대폭 늘린 것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버핏 회장은 미국 경제가 결국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버핏 회장은 “우리는 미국의 기적과 마법으로 더 어려운 문제도 극복해왔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섣부른 투자는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여러분이 미국에 ‘베팅’하는 것은 찬성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디에 투자를 할지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 시장에선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미국의 마법은 과거에도 그랬듯 경기를 회복시킬 것”이라며 미 경제 전망을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