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환의 의창(醫窓)] 팬데믹 그리고 미국과 이탈리아
[안태환의 의창(醫窓)] 팬데믹 그리고 미국과 이탈리아
  • 안태환
  • 승인 2020.05.0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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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코로나19’ 대응, 모범사례로 끝나지 말고 의료체계 혁신의 단초로 더 강건해져야

[안태환 칼럼] 두 달여 전인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코로나19’로 전 세계에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전염병 확산 최고 위험 등급인 6단계이다. 1948년 설립된 세계보건기구가 전 인류에 전염병의 창궐을 선언한 역사는 1968년 홍콩 독감과 2009년 신종플루,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 유행병을 경계하는 에피데믹 위에 위치한 팬데믹은 인류의 역사를 바꿔놓았고 우리는 또 다른 팬데믹이 다시금 도래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직면해있다.

120만 여명의 확진자와 7만여 명의 사망자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은 확진자 발생이 50개 주로 확대됐다.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 및 사회문제는 물론이려니와 전염병의 확산 앞에서 최강대국 미국의 의료체계는 무너졌다.‘코로나19 패닉’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기술을 자랑해 온 미국은 이번 팬데믹으로 인해 역설적이게도 미국 의료제도의 여러 문제점에 대한 통렬한 성찰의 기회를 부여받았다. 어쩌면 미국인들은 부실한 의료제도를 그려낸 2002년 개봉 영화‘존 큐’의 데자뷔를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미국은 확진자를 선별할 수 있는 진단 과정도 물론이지만 의심 환자들을 치료하고 유치할 수 있는 병원 및 필요한 의료자원 공급 차원에서도 우리보다 크게 뒤떨어진 의료시스템의 민낯을 드러냈다. 우리는 확진자의 조기발견도 그러했지만 철저히 역학 조사함으로써, 더 큰 확산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세계가 우리의 방역시스템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미국뿐 아니라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의 기준은 이제 경제적, 군사적 우위에만 있는 것이 아닌 ‘보건 문제의 사회적 시스템 구축’이라는 새로운 기준틀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유럽의 이탈리아도 그러했다. 2만 9천여 명의 확진자에 치사율은 무려 6.6%로, 그 수는 2만 9천여 명에 달한다. 우리의 0.78% 치사율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전염병 발원지인 중국의 3.9%보다도 월등히 높다. 그간 무상 공공의료와 사설 의료체계라는 두 가지 축으로 보건 의료 체계를 운영해온 이탈리아는 공공의료 체계 내 의사들에게‘공무원’의 신분을 부여해왔다.

국가 보건예산으로부터 의료체계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보건예산의 규모가 의료 인력 및 병상 등의 공급과 맞닿아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현실이 이러다보니 팬데믹 선언 이후 환자 1,000 명당 병상이 겨우 3.18개에 불가한 열악한 의료시설은 확진자의 높은 치사율로 이어졌다.

1958년 6개의 선진국으로 구성된 유럽경제공동체(EEC) 원년 멤버인 이탈리아는 1993년 EU 출범 이후 의료인의 계속된 유출에 시달려 왔다. 국가 예산에 전적으로 의탁한 의료기반은 경직되고 권위적인 공공의료 제도를 야기했다. 더 나은 처우를 원한 의료인은 각국으로 빠져나갔고 이로 인해 작금의 팬데믹을 시의성 있게 대응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지만 의료보험의 공익성과 확장성은 의료 수가의 상향 조정으로만 가능한 명제이다. 일전의 다른 글에서도 언급한 주장이지만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 의료 공공성만을 맹목적으로 강조하는 의료체계는 결국 이탈리아처럼 대규모의 전염병 확산 앞에서 그 치명적 약점을 노출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탈리아의 사례는 우리에게 여러 시사점을 안겨준다. 의료의 공공성 확장에 그 누가 이의를 제기하겠는가. 그러나 허울 좋은 공공성보다는 내실 있는 공공성으로 진일보해야 한다. 그 단아한 마중물이 ‘의료인의 처우개선과 현실적 수가 개선을 위한 보건복지 예산의 증액’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돌아보면 인류를 힘들게 했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조류독감, 사스(SARS), 에볼라, 메르스 그리고‘코로나19’등은 모두 인수공통전염병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전염병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수공통전염병이 이후에도 우리를 끊임 없이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팬데믹은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이다. 우리의 ‘코로나19’대응이 모범사례로만 끝나지 말고 우리 의료체계 혁신의 단초로 더 강건해져야 한다. 이제 세계가 우리의 의료시스템을 주목하고 있다. 그 시선에 부응하자.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안태환

▪ 강남프레쉬이비인후과의원 강남본원 대표원장

▪ 이비인후과 전문의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 의학박사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 서울 삼성의료원 성균관대학교 외래교수

▪ 대한이비인후과 의사회 전 학술이사

▪ 대한이비인후과 학회 학술위원

▪ 대한미용외과 의학회 부회장

▪ 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부회장

▪ 2017년 ‘한국의 명의 100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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