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이재용의 대국민 사과, 파기환송심 앞둔 '면죄부'용?
공허한 이재용의 대국민 사과, 파기환송심 앞둔 '면죄부'용?
  • 오풍연
  • 승인 2020.05.0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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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뚱딴지 같은 '4세 경영' 포기 선언...삼성오너에 한 두 번 속은 게 아니어서 미덥지 않아

[오풍연 칼럼]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6일 오후 머리를 숙였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대국민 사과를 한 것. 삼성과 이 부회장으로선 나름 최선을 다한 사과라고 하겠지만 진정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나만 그런 걸까. 이런저런 얘기는 많이 했지만 다소 공허하다는 생각도 든다. 삼성을 비롯한 우리 재벌들이 어려울 때마다 머리도 숙이고, 약속도 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아서다.

이 부회장은 이날 과거보다 미래에 초점을 맞추었다. 과거에 대한 반성보다 앞으로 잘 해나가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나는 이것부터 잘못됐다고 본다. 과거도 솔직히 반성했어야 옳았다. 삼성이 세계적 기업임을 내세우면서도 인정을 받지 못했던 것은 과거와 무관치 않다. 지난 날 삼성은 노조를 탄압하는 등 민주화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노조 없는 삼성이 트레이드 마크였다. 결코 자랑할 일도 아니었는데 그것을 자랑삼아 말하곤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근로자들이 희생을 겪었다.

뿐만 아니라 백혈병 문제, 삼성바이오로직스 은폐사건 등 추악한 일도 있었다. 이 부회장이 여기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런 것까지도 포함했어야 진정한 사과로 받아들였을텐데 결국 반쪽 짜리 사과였다고 할 수 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삼성의 참모였다면 다 포함시켜 사과하자고 했을 것 같다. 그런데 일부 참모들은 이번 사과마저 반대했다고 한다.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고 할까.

이 부회장은 기자회견 도중 두 차례 연단 밖으로 나와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먼저 회견 서두에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저의 잘못이다”라며 한 차례 숙인 데 이어 노사 문제를 언급하며 “그동안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또 허리를 숙였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의혹 사과 등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면서 위원회 활동에는 일단 힘이 실리게 됐다. 준법감시위의 체면을 살려준 셈이다.

삼성은 그동안 이재용의 발목을 잡았던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해서도 선을 확실히 그었다.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면서 “경영환경도 녹록지 않은 데다 제 자신이 제대로 된 평가도 받기 전에 제 이후의 승계 문제를 언급하는 게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 이병철 → 이건희 → 이재용’으로 이어진 그룹 ‘세습 경영’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 부회장에게는 지호(20)씨와 원주(16)양 등 두 자녀가 있다.

이번 ‘4세 경영’ 포기에는 연매출 23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을 경영하는 데 ‘혈통’보다 ‘전문성’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제대로 지켜나갈지는 두고볼 일이다. 한 두 번 속은 게 아니어서 그렇다. 또 사회공헌에 대한 얘기가 없어 많이 아쉬웠다. 내가 삼성을 향해 턱 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내 기대가 너무 큰 걸까.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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