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문 대통령이 일촉즉발의 북핵 위기 상황에서 취임하셔서 평창 동계올림픽 기회를 살려 남북대화의 모멘텀을 만드셨고,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의 시대로 가는 초석'을 잘 닦으셨다" 정세균 총리가 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3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솔직히 낯이 뜨겁다. 정 총리의 속내도 보인다. 그가 왜 이렇게 문 대통령을 칭송할까.
정 총리는 이날 "지난 3년은 대통령님의 '위기 극복 리더십'이 빛난 시기"라고 썼다. 그는 "3년 전 국민의 선택과 환호는 지금 더 뜨거워지고 있다. 국정 지지율이 역대 최고인 70%를 상회한다"면서 "이렇게 높은 지지는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정 총리의 진단에 대해 트집 잡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정 총리의 문비어천가는 아무래도 어색하다.
정 총리가 이처럼 문 대통령을 칭송하고 나온 이유는 간단하다. 큰 뜻(대권)을 품고 있는 그가 이른바 ‘문빠’들을 끌어안으려는 의도다. 정 총리는 굉장히 치밀한 사람이다. 이미 대권 전략도 다 짜 놓았을 것으로 본다.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보다 더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을 게 분명하다. 반면 이낙연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정세균의 문재인 칭송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다.
정권을 책임진 사람들은 보다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권이 잘 해서 이 같은 지지율이 나온다고 보는가. 그것은 아닐 게다. 나는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본 바 있다. 하나는 코로나 대응이다. 또 하나는 야당의 무능. 이 두 개가 겹쳐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 올렸다. 국민은 단순하다. 당장의 효과나 현상에 대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이번 총선 결과로도 나타났다. 내가 문 대통령의 운이 억세게 좋다고 평가한 이유다.
정 총리 말고도 여러 사람들이 문비어천가 대열에 섰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특별연설에 대해 "한 사람의 생명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절박한 마음이 느껴졌다"면서 "(코로나) 위기에 잘 대응해 세계를 선도하는 기회로 만들자는 자신감이 보였다"고 했다. 박범계 의원은 "문 대통령은 지치지 않고 3년을 이끌어주셨다"면서 "감사합니다. 대통령님!"이라고 했다.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당선자는 "밤낮없이 일하는 문 대통령을 모시고 대한민국을 대변한 건 제 일생에 큰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박찬대 의원은 문 대통령 연설 직전 "3년 전에 이미 (대통령 당선으로) 선물을 주셨는데 또 특별연설 선물을 주신다고 한다"고 했다. 나아가 이광재 당선자는 지난 8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은 기존 질서를 해체하고 새롭게 과제를 만드는 '태종'과 같다"고 했다. 문 대통령을 조선의 기틀을 다진 3대 왕 태종에 비유했다고 할까.
나도 문 대통령에게 축하를 건네긴 했다. 하지만 여당 인사들의 문비어천가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크다. 경제 상황 등이 좋지 않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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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