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19, 세가지 쟁점
포스트 코로나 19, 세가지 쟁점
  • 정근식
  • 승인 2020.05.1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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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식 칼럼] 코로나 19의 세계적인 대유행이 시작된 지 석 달째로 접어들면서, 우리 사회는 이제 범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고 생활방역으로 조금씩 전환하고 있다. 비록 관중 입장은 허용되지 않지만 프로 야구가 무관중 경기로 개막되었고,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이를 중계하고 있다. 고 3 수험생들부터 학교 수업을 정상화할 것을 결정하였다.

아직 그럴 때가 아니라고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심각한 타격을 받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안이 시급하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의 도입을 약속했다. 과연 우리에게 포스트 코로나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것인가?

방심하다가는 큰 낭패

세계적인 대유행의 상황을 분석해보면, 중국에서 코로나 19가 유행하던 시기에 상대적으로 느긋하게 생각했던 선진국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되었다.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에서도 이탈리아와 스페인보다 늦게 대유행을 겪고 있는 영국이 최대 피해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근대의 문명이 허물어지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복지국가 모델의 실패를 거론하기도 한다. 아시아에서도 방역 모범국으로 간주되다가 상황이 완전히 역전된 싱가폴은 우리를 곤혹스럽게 한다.

싱가폴에서는 시민권을 가진 자국민 방역은 성공했으나 기숙사에서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관리가 소홀했기 때문에 낭패를 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아시아 아프리카 개발도상국들의 상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것은 자신들에게 충분한 의료역량이 없음을 인정하고 일찍부터 높은 수준의 통제를 실시한 덕분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의 교통 사정은 코로나 사태가 있기 전의 ‘불금’처럼 몹시 혼잡했다. 아니나 다를까, 한 달만에 이태원 클럽이 새로운 집단감염의 현장이 되었고, 소수자 혐오를 동반한 고질적 인권침해가 논란이 되었다. 범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지 한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켜진 경고등이다. 외국의 언론들은 방역 모범국인 한국이 경제 재개와 바이러스 차단 사이에서 그리고 인권과의 균형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논평했다.

재난 책임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이 자연재해인가 아닌가를 둘러싸고 국제적인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인들은 대체로 이것을 자연재해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지만, 세계 최대 피해국인 미국은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의 원천을 중국으로 지목하고 나아가 세계적인 대유행의 책임을 지속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영국도 이에 동조하고 있고, 세계보건기구가 중국에 경도되었다는 비판에는 독일도 동조하고 나섰다.

중국은 오히려 많은 나라들에 대한 지원 공세를 취하고 있어서 세계적인 협력보다는 국제적인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농후하다. 이런 중국 책임론의 끝은 어디일까? 코로나의 역설은 치료 약 개발을 위한 전쟁뿐 아니라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을 제고시키고 있다. 우리는 미·중간 헤게모니 경쟁에서 의연해야 할 뿐 아니라 가장 취약한 고리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국지적 분쟁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표준

코로나 바이러스 피해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세계는 이제 코로나 이전(BC)와 코로나 이후(AC)로 나뉠 것이라는 예측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코로나 확산이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서 그런 비유가 상당히 과장된 것이며,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과거로 회귀하는 경향이 확연해지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정상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은 경제주의적 관점에 바탕을 두고 있는 데 비해, 코로나 시대를 맞아 새롭게 부상하는 뉴 노멀(New Normal)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기존의 세계관으로는 반복되는 대규모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뉴 노멀이 과연 생태주의일지 새로운 공동체주의일지 알 수 없지만, 앞으로의 세계가 기존의 정상과 새로운 정상간의 사회철학적 투쟁의 장이 될 것은 틀림없다. 우리는 이런 쟁점에 대해 충분히 숙고하고 있는가? 세계는 한국이 가는 길을 주시하고 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은 다산칼럼의 동의를 얻어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글쓴이 / 정 근 식
·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 서울대 전 통일평화연구원장

· 저서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국제연대〉(공저, 한울, 2018)
〈평화를 위한 끝없는 도전〉(공저, 북로그컴퍼니, 2018)
〈소련형 대학의 형성과 해체〉(공저, 진인진, 2018)
〈냉전의 섬 금문도의 재탄생〉(공저, 진인진, 2016)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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