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원 펀드’ 대규모 손실에 IBK기업은행 향해 비난 쏟아져
‘장하원 펀드’ 대규모 손실에 IBK기업은행 향해 비난 쏟아져
  • 김준희 기자
  • 승인 2020.05.1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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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매 어려운데도 상품 판매”, “자금 회수 문제 없는 것처럼 거짓 장담”
펀드 핵심 자산 80% 손실…기업은, 1년 넘게 투자자 자산 현황조차 파악 못해

[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장하원 펀드’로 불리는 ‘디스커버리 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를 판매한 IBK기업은행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환매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상품을 판매했고, 투자자들에게는 10개월 이상 자금 회수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거짓 장담을 해왔다는 이유에서다. 원금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불완전 판매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디스커버리 펀드는 장하성 주중국 대사 동생인 장하원씨가 설립한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기획 상품으로 지난 해 2월부터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펀드의 핵심 자산에서 약 80%의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는  실사 결과가 나왔다. 이 손실만으로도 투자자들은 절반 이상의 손실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이 펀드는 기업은행과 하나은행에서 판매됐으며 기업은행은 약 695억원, 하나은행은 240억원가량을 투자자에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최근 디스커버리자산운용으로부터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는 내용의 펀드 실사 결과를 받았다. 

실사에 따르면 펀드의 주요 편입자산인 SAI(Strategic Acquisition, Inc)가 발행한 부동산담보부대출채권의 예상 회수율은 22%에 불과했다. SAI는 미국 개인들에게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P2P업체다. 장하원 펀드 투자금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펀드 투자금 중 SAI에서 발생한 손실은 36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장하원 펀드는 미국 운용사 다이랙트 랜딩 인베스트먼트(DLI) 펀드의 사모사채를 매수하는 상품이다. 그런데 부실 운영으로 위기에 빠진 DLI는 지난해 4월 수익률을 조작한 사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적발됐다. DLI 대표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되고, 회사 모든 자산은 동결됐다. 

기업銀, 작년 2월13일 투자자 A씨에게 문제의 펀드를 50억원 규모로 판매

장하성 주중 대사의 동생 장하원 씨가 설립한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행은 작년 2월13일 투자자 A씨에게 문제의 펀드를 50억원 규모로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14일자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A씨에게 판매하기 5일 전인 2월8일 해당펀드를 운용하는 미국운용사 펀드들이 환매 중단되기 시작했다.

A씨가 문제를 제기하자 기업은행 고위관계자는 지난 3월 중순 A씨를 만나 “당시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직원 4명과 회의를 했는데, 운용사 직원이 미국 현지에서 매일 펀드를 모니터링하고 감시하고 있다고 했다”면서 “안전하다는 말만 믿고 권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이 운용사 관리조차 제대로 못했던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금 와서 보니 (디스커버리운용은) 사기꾼이고 능력도 없었다"면서 "운용사를 고소·고발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기업은행은 이 펀드가 환매 중단된 뒤에도 투자자들에게는 자금 회수를 계속 설명해 왔다.

기업은행은 작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 투자자들에게 안내문을 발송했다. 작년 5월 첫 번째 안내문부터 12월 네 번째 안내문까지 자금 회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다 올해 3월 다섯 번째 안내문에서 처음으로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이에 대해 "자산운용사와 미국 현지 법무법인을 통해 고객들이 투자한 자산 현황을 파악하고자 했지만 미국 법령에 의해 일절 개입이 허용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1년 가까이 국내 투자자들의 자산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을 시인한 것이다.

피해자들, “친형이 청와대 정책실장 부임하자 은행 측이 거액 투자금 몰아줘”

기업은행은 수석부행장을 단장으로 하는 ‘투자상품 전행 대응 TF’를 구성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투자원금 중 일정 비율을 투자자들에게 선 지급하고, 펀드투자 자산을 최대한 회수한 후 나머지 투자금을 돌려주는 방식의 배상을 검토 중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선지급 비율이 결정되면 투자자들과 개별 접촉해 배상안 수용 여부를 협의해야 한다”면서 “최종 배상안이 확정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이 불완전 판매 등을 이유로 소송을 준비 중이어서 기업은행의 배상안을 수용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장하원 대표는 2005∼2008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을 거쳐 2016년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을 설립했다. 기업은행은 2017년 4월부터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기획한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장하원 펀드 피해자들은 신생 자산운용사에 기업은행이 거액의 투자금을 몰아준 것은 친형인 장하성 주중 대사가 2017년 5월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부임한 것에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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