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신현아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미국의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이너스 기준금리’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지만, “현재 미국 경제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침체 위기를 맞았고, 경기 하강의 폭과 속도가 전례가 없을 정도”라며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13일(현지시간)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주최한 화상 연설회에서 미 정부가 그동안 4차례 경기부양책으로 2조9000억 달러 가량을 투입한 것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추락을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2월 이후 연소득 4만 달러(약 4900만 원) 이하 가구의 40%가 실직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히며, 저소득층에 어려움이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코로나19 여파로 특히 “저성장과 소득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바이러스가 원인이기 때문에 기존 경기 순환성 침체와는 성격이 다르다"면서도 "특히 기업과 가계가 파산하기 시작하면 앞으로 수 년 동안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도 경제 회복속도는 매우 느릴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에 대해서는 “연준의 시각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통해 국채 발행 금리를 낮추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선을 그은 셈이다.
일본과 유럽 일부 국가가 시행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엇갈린 결과가 나왔고, 이것이 새로운 은행 대출을 제약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한번도 실시해본 적이 없기에 “불확실하다”는 의미다.
파월 의장은 “그 정책을 지지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고려하는 조치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좋은 도구(toolkit)를 가지고 있고, 그 도구를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준금리를 이미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파격적인 양적완화(QE)를 실시하면서 금융시장이 상당 부분 안정된 상황에서 굳이 ‘마이너스 금리’라는 극약처방은 필요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 연방정부와 의회에는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주문했다.
파월 의장은 “추가 재정지출은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장기적으로 경제적 손실을 피하고 강력한 경기회복을 도울 수 있다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연준이 내놓는 금융·통화정책보다 직접적인 재정 투입이 경기회복에는 좀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 의회에서는 야당인 민주당이 3조 달러 규모에 달하는 5차 경기부양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과 공화당은 기존의 경기 부양책 효과를 지켜본 뒤 추가 부양책 동원 문제를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