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태일 기자] 5000억원에 가까운 조달청의 레미콘 공공구매 입찰 과정에서 낙찰 물량을 미리 분배하고, 낙찰자를 정해놓는 등 담합한 17개사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레미콘은 굳지 않은 상태의 콘크리트를 뜻한다.
공정위는 17일 4799억원 규모의 레미콘 공공구매 입찰에서 담합한 ㈜동양 등 17개 레미콘 제조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98억13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담합을 주도한 한국레미콘공업협회는 과징금 5억원을 부과받고 검찰에 고발됐다.
적발된 17개 업체는 ㈜동양, 두산건설㈜, ㈜삼표, ㈜삼표산업, 성신양회㈜, 쌍용레미콘㈜, 아세아㈜, 아세아시멘트㈜, 아주산업㈜, ㈜에스피네이처, 유진기업㈜, 이순산업㈜, ㈜지구레미콘, 한라엔컴㈜, ㈜한성레미콘, 한일산업㈜, 한일홀딩스㈜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서울·인천지방조달청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발주한 레미콘 공공구매 입찰에서 각 업체가 연간 납품할 물량을 사전에 배분하고, 각 입찰에 나설 낙찰업체를 짜맞췄다. 납품 배분 비율은 각 업체가 한국레미콘공업협회에 내는 회비 비율에 따라 정했다.
협회는 업체별 납품 물량 배분에 관한 회의자료를 준비해 회의를 소집하는 등 적극적으로 담합을 선도했다.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업체에는 별도로 합의결과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들의 담합 방식은 이른바 ‘물량 나눠먹기’다. 통상 입찰담합은 낙찰업체를 정해놓고 들러리 회사들이 일부러 더 높은 가격을 써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이번 레미콘 담합은 희망수량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됐다. 담합 업체끼리 미리 물량을 배분하고, 배분한 물량만큼만 예상낙찰가에 근접하는 가격으로 투찰하는 방식이다. 이 탓에 이번 공공입찰에서 입찰 수량과 발주 물량이 일치했다.
담합에 참여한 사업자는 전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다. 2012년까지는 레미콘 공공구매 입찰에는 중소기업들만 참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3년부터 수도권지역 레미콘 구매물량의 20%에 대한 참여를 대기업·중견기업에게도 열어두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이를 악용해 이들 업체는 사실상 예정가격에 근접한 최고가격으로 투찰할 수 있었고, 그 덕에 4년 간의 입찰에서 99.91%에 달하는 평균낙찰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공정위는 “앞으로 공공분야 입찰 과정에서 담합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실시하고, 발주기관과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