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한화 오너일가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본격 제재 돌입
공정위, 한화 오너일가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본격 제재 돌입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0.05.1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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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회장 아들 3형제 회사에 부당 이익 제공…‘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에 제동 걸기 시작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화솔루션 빌딩 / 한화솔루션 제공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화솔루션 빌딩 / 한화솔루션 제공

[서울이코노미뉴스 김태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그룹 총수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관련 본격 제재 절차에 돌입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 아들 3형제가 지분 100%를 가진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하려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제동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계열사를 동원해 한화S&C에 일감을 몰아준 의혹을 받는 한화그룹에 지난 15일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심사보고서에는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부과, 검찰 고발 등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심사보고서는 검찰의 공소장에 해당한다.

한화S&C는 한화그룹의 IT 서비스 전문 계열사로, 2017년까지 김승연 한화 회장의 아들 김동관·동원·동선 3형제가 지분 100%를 나눠 보유하고 있던 회사다. 김동관은 한화솔루션 부사장, 김동원은 한화생명 상무로 재직하고 있고, 김동선은 한화건설 팀장으로 일했다.

공정위는 한화건설, 한화에너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여타 사업자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한화S&C에 전산 시스템 관리 대행 등을 맡긴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해왔다. 공정위는 한화그룹이 조직적으로 한화S&C에 일감을 몰아줬고, 그 덕에 한화S&C가 이익을 독점할 수 있었다고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S&C는 2001년부터 그룹 계열사의 전산 시스템 관리와 전산장비 구매를 일괄 대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들이 의도적으로 다른 사업자와의 거래 대금보다 높은 가격을 쳐주는 방식으로 부당하게 한화S&C에 이익을 제공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공정위는 총수일가가 실소유한 회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를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통상 대기업의 내부거래 자체를 불법으로 단정하지는 않지만, 이번 사례는 시장 평균가보다 과도하게 비싼 대금을 치러 부당 이득을 챙겨준 경우라고 공정위는 보고 있다. ‘정상 거래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라고 결론지은 셈이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

시민사회단체, “일감 몰아주기 아들 3형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기획 차원에서 저질러”

실제로 매출액 중 내부거래 비중이 매우 컸다. 한화S&C는 2001년부터 그룹 계열사들의 전산 시스템 관리 및 전산장비 구매를 도맡아왔는데, 이를 통해 2016년 매출 3642억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이 가운데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액이 2460억원이다. 67%가 넘는 수치다.

다만 공정위는 2015년 1월부터 2017년 9월까지의 한화S&C의 매각 전의 과정만 들여다봤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대한 규제 바람이 불자, 한화S&C는 2017년 한화S&C와 에이치솔루션으로 물적 분할했다. 분할 과정에서 한화S&C 지분 일부를 사모펀드 스틱인베스트에 팔아넘겼다가 규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에이치솔루션은 현재 3형제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회사다.

그런데 에이치솔루션은 지주회사인 ㈜한화의 3대 주주(4.2%)이자, 한화시스템의 3대 주주(14.5%)이다. 한화시스템은 2018년 5월 한화S&C를 합병하고, 2019년 상장에 성공하면서 1조원 규모의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한화S&C는 합병 전까지 5000억 원가량의 매출액 가운데 절반 이상을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에너지 지분도 100%로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한화에너지는 다시 한화종합화학의 지분 39.16%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단체 등은 이러한 일감 몰아주기가 아들 3형제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기획 차원에서 저질러졌다고 비판해 왔다. 사실상 아들 3형제의 개인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조사 시작 5년 만에 나선 이번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제재 성사를 자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선 전원회의에서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소명을 들을 계획이다. 

한화그룹 측은 “알려진 것이 사실관계와 다른 면이 많다”면서 “향후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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