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환의 의창(醫窓)] 개원의(開院醫)를 위한 변명
[안태환의 의창(醫窓)] 개원의(開院醫)를 위한 변명
  • 안태환
  • 승인 2020.05.2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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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화한 저수가, 병의원의 인력수급 불가능하게 해...사회적 인식 전환 필요

[안태환 칼럼] 개원의는 고충보다는 보람이 더 큰 직업이다. 세월이 흐르면 오래된 환자들은 살가운 가족처럼, 미더운 인간적 유대를 나눈다. 통증으로 고통 받는 사람을 치료하고 환자 본인과 가족들로부터 고마움의 인사를 받을 때에는 의사로서의 자긍심은 물론이려니와 더 나은 인술에 대한 비장한 결기마저 생긴다.

내적 만족은 으레 시련 속에 단련되는 법이지만 개원의의 이러한 행복한 성취감의 이면에는 명암이 있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한국은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개원가에 많은 전문의가 포진돼 수술과 입원환자를 진료할 능력이 되는 대국민 의료 밀착 국가이다.

그러나 수술이 필요해 대학병원으로 환자를 회송하면 시의적절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는 현실이 아니다. 적절한 환자 분배를 통해 모든 환자에게 시기적절한 진료를 공급하는 의료전달체계는 아직 우리에겐 요원하다. 그러나 반드시 가야 될 선진 의료의 길이다.

환자가 제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1차 의료기관의 기능을 다시금 재정립해야 한다. 평소 가깝게 지내는 한 대학병원의 교수는 폭증하는 환자에 적절한 치료를 집중하기 지난하다는 고충을 내게 토로한다. 어디 대학병원뿐이랴, 1·2차 의료기관 의료인도 힘들기는 매한가지이다. 한시가 급한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이처럼 불합리한 의료전달체계에 애만 태우게 된다.

법은 개정을 전제로 만들어진다. 세상의 모든 제도는 시대를 반영하며 변혁돼 왔지만 유독 우리의 의료전달체계는 해묵은 장롱 속에서 방치돼 있다. 사회적 합의도 대략난감이다. 지난 25년간 의료현장에서 깨달은 진실은 환자의 중증도에 대한 명확한 기준틀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해야만 3차 의료기관으로의 회송률도 현행보다 개선될 것이다. 환자의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저수가의 만성화된 문제는 병의원의 인력수급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인술을 펼치는 곳에 사람이 없다. 휴폐업을 하는 병의원의 수는 증가일로에 놓여 있다. 기득권을 옹호하기 위함이 아니다. 수가 정상화는 환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이 아닌 적절한 치료와 그 시기를 위한 인력수급의 마중물이며 의료산업 일자리 창출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의학은 현재진행형이고 불완전한 학문이다. 한 치 앞을 못 보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해가는 것은 인문학이며 때로는 의학이다. 인류에게 바이러스와 질병은 과학문명의 발달만큼이나 기형적으로 함께 진일보한다. 때로는 질환의 예후를 짐작하기 어려운 환자 치료에서 개원의들은 더 나은 의술에 목말라 한다. 임상경험을 공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는 것일 것이다. 그러하기에 개원의는 늘 고독하다.

유례 없는 집단 감염병 사태를 겪으면서 의료진에 대한 국민들의 자부심과 신뢰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한 번 착용하면 제때 식사는 물론, 화장실조차 못가는 두터운 고행의 보호복은 삶의 무게가 된지 오래이다. 그러나 땀에 젖은 모습으로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깊은 감동을 심어주었다. 진심 어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국민적 지지와 응원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 보건정책은 이제 무엇을 채비할 것인가. 생태계의 교란과 대기오염으로 날로 위협 받는 국민 건강의 위기 속에서 우리의 의료제도는 변혁할 태세가 되어 있는가? 그 근원적 질문에 정부와 의료계가 슬기로운 해답을 모색해야 될 시기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안태환

▪ 강남프레쉬이비인후과·성형외과 강남본원 대표원장

▪ 이비인후과 전문의

▪ 코성형 전문 의학박사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 – 코전공 - 의학박사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 서울 삼성의료원 성균관대학교 외래교수

▪ 대한이비인후과 의사회 학술이사

▪ 대한이비인후과 학회 학술위원

▪ 2017년 ‘한국의 명의 100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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