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루이싱의 몰락...나스닥 상장 폐지 통보로 ‘종지부’
예견된 루이싱의 몰락...나스닥 상장 폐지 통보로 ‘종지부’
  • 윤석현 기자
  • 승인 2020.05.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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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간은 상장 유지될 것으로 보여...청문회에서 소명 예정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루이싱커피 매장 / 연합뉴스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루이싱커피 매장 / 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중국의 커피 ‘공룡’ 루이싱커피가 결국 미국 나스닥으로부터 상장 폐지 통보를 받았다. 루이싱커피의 회계 부정 사건이 터진 지 약 한 달 만이다.

로이터통신, CNBC 등은 19일(현지시각) 나스닥이 루이싱커피에 상장폐지 서한을 보내 “회계 부정으로 투자자 우려를 키우고, 앞서 수차례 관련 정보 공시를 제대로 하지 않아 공익을 훼손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상장을 폐지하겠다는 강력한 암시다.

이와 관련해 나스닥이 소수의 주주가 지배하고 회계가 투명하지 않은 중국 기업들을 타깃으로 기업공개(IPO)를 어렵게 하는 규정을 손보고 있다고 전날 로이터통신이 전하기도 했다. 나스닥은 지난해부터 무분별한 기업 상장을 막기 위해 중소기업의 IPO를 규제해왔지만, 이번 규제는 특별히 회계가 불투명하고 내부 관계자에 의존해 운영하는 특징이 있는 중국 기업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IPO를 위한 최소한의 자금 요건을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 최소 2500만달러(약 310억원) 조달,  상장 이후 시가 총액의 4분의 1 이상 자금 확보 등이 신규 규정으로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조건이 적용되면 2000년 이후 나스닥에 상장한 중국 기업 155곳 가운데 40여곳이 상장 폐지 대상이 된다.

루이싱커피의 회계 부정 사건은 지난달 2일 다수 중국 매체를 통해 밝혀졌다. 회계 조작을 통해 수천억원 규모의 매출을 부풀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날 나스닥 개장과 함께 주가가 수직 하락했다. 장중 85%까지 폭락했다.

이에 따라 사측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다. 1차 조사 결과, 루이싱커피의 지난해 2~4분기 허위 거래에 따른 매출액 규모가 22억위안(약 3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동자는 리우지안 최고운영 책임자(COO)인 것으로 결론 내렸다. 루이싱커피가 앞서 발표한 지난해 1~3분기 매출액이 29억2900억위안(약 5000억원)인 만큼 절반이 훌쩍 넘는 매출이 조작된 셈이다. 관련자들은 정직·휴직 처분을 받았다.

주가가 대폭 미끄러지면서 시가총액 역시 지난달 1일 66억3000만달러(약 8조1400억원)에서 회계 부정 사실이 알려진 2일 16억2000만달러(1조9800억원)로 내려앉았다. 하루 만에 6조원 넘는 돈이 증발한 것이다. 수많은 개인·기관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봤다.

다만 루이싱커피의 상장 폐지가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루이싱커피는 일단 오는 20일부터 거래를 재개할 수 있다. 또 루이싱커피가 이번 결정에 크게 반발해 나스닥에서 청문회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최소 2개월은 상장을 유지할 수 있다. 루이싱커피는 현재 미국과 중국의 규제 당국과 협력해 그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5월 17일 나스닥 상장을 기념하는 루이싱커피 임직원들 /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5월 17일 나스닥 상장을 기념하는 루이싱커피 임직원들 / 로이터연합뉴스

루이싱커피는 2017년 중국에서 첫발을 뗀 이후 스타벅스에 도전장을 내밀며 전 세계에서 대규모 투자를 잇따라 유치해 급속히 몸집을 불렸다. 회사 설립 2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인 지난해 5월에는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수천억원의 자금을 더 끌어모았다.

루이싱커피는 공격적인 사업 전략을 추구했다. 대규모 투자로 신규 직영점을 빠르게 확대하고 공짜·할인 쿠폰 등을 살포했다. 80% 이상의 할인권도 남발했다. 6위안(약 1000원)만 지불하면 30분 안에 집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실시했다. 이처럼 과도한 마케팅으로 중국 내 매장 수를 스타벅스에 대적할 만한 수준으로 늘렸다.

하지만 이 비용이 과도했던 탓에 루이싱커피의 수익성은 좋지 않았다. 실속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다수였다. 계속 이러한 수익 모델을 고집하다간 장기적 사업 영위를 담보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 2017년 사업 시작 후 18개월 동안 총 22억위안(약 3800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루이싱커피는 몸집에 비해 사업 모델의 미래 전망은 부정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루이싱커피는 이미 ‘종이 공룡’으로 전락했다. 외관을 단장하는 데만 열을 올리느라 정작 내실을 다지지 못했고, 회계 부정 등을 방지하는 체계가 조직적으로 갖춰지지 않았다. 그 탓에 주가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떨어졌고, 재무상태 역시 투자 피해자를 구제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오는 청문회에서 나스닥 설득에 실패해 상장 폐지가 최종 결정되면 회사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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