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강기용 기자] 삼성전자는 경기도 평택캠퍼스에 극자외선(EUV/Extreme Ultra Violet)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위탁생산) 시설을 구축한다고 21일 밝혔다.
화성에 이어 평택에도 초미세공정 설비를 세우면서 EUV 기반의 초미세 시장 수요 증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화성사업장에 EUV 전용 'V1 라인' 가동하기 시작했다.
EUV 생산라인은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짧은 극자외선을 광원으로 웨이퍼(기판)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EUV 노광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EUV는 파장의 길이가 매우 짧아 세밀한 반도체 회로를 그릴 수 있다. 회로 구성이 세밀해질수록(7나노·5나노·3나노) 반도체 성능은 높아지고 소비 전력을 낮출 수 있다는 이점을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이달 평택 파운드리 라인 공사에 착수했다. 2021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평택 파운드리 라인이 완공되면 7나노 미만 초미세공정 기반 제품 생산규모가 빠르게 늘어나게 된다.
이번 투자 규모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다. 다만, 증권가와 업계에서는 이번 라인 신설에 10조원 가량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산이 시작되면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와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물론 아직까지 TSMC와의 격차는 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15.9%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했다. 1위 TSMC의 점유율은 54.1%로 삼성전자와는 38.2%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TSMC는 애플·퀄컴·AMD·엔비디아·브로드컴 등 굵직한 회사들의 비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대만 회사다.
현재 파운드리 업체 중 7나노 이하 미세 공정기술은 삼성전자와 TSMC만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화성 S3 라인에서 업계 최초로 EUV 기반 7나노 양산을 시작한 이후 올해 2월부터 V1 라인을 통해 초미세 공정 생산 규모를 지속 확대해 왔다.
여기에 2021년 평택 라인이 가동되면 7나노 이하 모바일, HPC, AI 등 다양한 분야로 초미세 공정 기반 제품의 생산 규모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생산성을 더욱 극대화한 5나노 제품을 올해 하반기에 화성에서 먼저 양산한 뒤 평택 파운드리 라인에서 주력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이 5G, HPC, AI, 네트워크 등 신규 응용처 확산에 따라 초미세 공정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모바일 칩을 필두로 하이엔드 모바일 및 신규 응용처로 첨단 EUV 공정 적용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정은승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5나노 이하 공정 제품의 생산 규모를 확대해 EUV 기반 초미세 시장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전략적 투자와 지속적인 인력 채용을 통해 파운드리 사업의 탄탄한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가 경기침체에도 반도체 생산라인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데는 이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이번 라인 구축과 관련해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4월 야심차게 선포한 ‘반도체 2030 비전’에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1위에 오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