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김승연의 자식사랑이 화근"...공정위, 한화 일감몰아주기 제재 왜?
"지나친 김승연의 자식사랑이 화근"...공정위, 한화 일감몰아주기 제재 왜?
  • 정우람 기자
  • 승인 2020.05.2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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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은 남과 다르다? '빗나간 부정' 지적도...한화S&C 경영권 승계 발판 역할 의혹이 초점
한화 측, "사실관계가 대립하는 부분이 있어 향후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성실히 소명 예정" 해명
한화그룹 전경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최영준 기자] 우리나라 재계에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평소 의리와 남성다움을 줄곧 강조해서 이른바 보스형 총수로 불린다. 특히 김 회장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 세 아들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수 3세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준 의혹을 받고 있는 한화그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제재에 착수한 배경에는 김 회장의 자식사랑이 한몫을 하지 않았느냐는 해석이 재계 일각에서 나온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공정위가 10대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제재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21일 관련당국과 재계에 따르면 한화S&C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2015년 국정감사 때부터 제기돼 왔다.

당국은 한화의 내부 일감 비율보다는 가격의 적정성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S&C는 그룹 계열사의 전산 시스템 관리와 전산장비 구매를 2001년부터 일괄 대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들이 다른 사업자와 거래하는 것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하는 방식으로 한화S&C에 이익을 몰아줬다는 혐의다.

시민단체에서는 그룹 차원에서 한화S&C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김 회장의 세 아들에게 경영권 승계의 발판을 마련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화는 이 같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2017년 한화S&C를 둘로 쪼갠 뒤 40%가 넘는 지분을 외부에 매각했다. 공정위가 조사 대상으로 삼은 기간은 2015년부터 2017년 매각 전까지로, 최근까지 현장조사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법에서는 총수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일감을 몰아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발송한 심사 보고서에 관한 한화 측의 의견과 소명을 들은 뒤 향후 전원 회의를 열어 심의·의결할 계획이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김승연 회장은 이른바 '두 얼굴의 ‘야누스’ 경영인'..."세 아들에 대한 극진한 애정은 물불을 가리지 않을 정도"

문제는 그룹 차원에서 한화S&C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동원·동선에게 경영권 승계의 발판을 마련해준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이다. 김승연 회장의 아들 3형제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한화그룹은 향후 경영권 승계작업에 지장과 타격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심사 보고서를 검토한 후 성실하게 소명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룹 관계자는 "심사 보고서를 받은 후 4주 이내에 의견서를 내야 한다"며 "사실관계가 대립하는 부분이 있어 향후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소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7년 5월 차남의 서울 북창동 폭행사건 때 재벌 총수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보복폭행 혐의로 구속된 바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재계에서 이른바 '두 얼굴의 ‘야누스’ 경영인'으로 불린다.

한 얼굴은 옛 계열사 직원의 빈소에서 통곡을 하는가 하면 딱한 사정을 듣고 돕지 않고는 못배기는 인정어린 얼굴이다. 수십억, 수백억원의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구조조정 대상 계열사 임직원의 고용승계를 관철할 정도로 한번 맺은 인연과 의리를 중시한다.

또 다른 얼굴은 도열한 임직원으로부터 군 사열을 방불케하는 깍듯한 경례를 받으며 출근하고, 출타 시에는 경호원들이 사전 출동해 동선을 정리토록 하는 '권위주의로 뭉친' 얼굴이다. 나이와 경력에 관계없이 그룹 안에서는 어느 누구도 그의 말에 토를 다는 것이 용납되지 않을 정도로 '제왕적 권위'를 누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주목할 것은 가족, 특히 세 아들에 대한 극진한 사랑과 애정이다. 김 회장은 자식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을 정도라는게 지인들의 전언이다.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 왼쪽부터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

재계 관계자 "김승연 회장의 지나친 자식사랑이 일감몰아주기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젊은 나이에 부친을 여의고 험한 세파를 스스로 헤쳐나가야 했던 개인적 아픔에 대한 보상심리에서 자식들을 유난히 사랑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부친 사망 이후 그룹 분리 과정에서 형제간에 모진 분쟁을 겪은 것이 역설적으로 김 회장으로 하여금 가족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그렇다면 김 회장의 한화그룹 경영철학은 결국 도전을 용납하지 않는 그의 강한 카리스마와 유별나게 애틋한 그의 자식사랑으로 요약된다.

김승연 회장과 수사기관과의 악연은 지난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회장은 당시 해외 공사 커미션으로 미국에서 호화 별장을 사들였다가 외환 관리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구속됐다.

지난 2004년에는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어 2007년 5월에는 경찰 출석으로 김 회장은 검찰과 경찰에 모두 불려다닌 첫 재벌 총수가 됐다.

한화그룹의 사훈에도 신의가 첫머리에 나올 만큼, 의리와 남자다움을 높이 사는 것이 김 회장의 평소 성향이다. 저돌적인 경영 스타일에 별명도 '보스형 총수'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러한 기질은 자식 교육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재계에서는 서울 북창동 폭행사건 때 불과 29살에 경영권을 넘겨받은 김 회장처럼 재벌 2,3세들이 흔히 갖는 특권 의식도 문제를 키웠다는 관측이 많았다. 나와 가족들은 남과 다르다라는 생각이 자녀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에도 매우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재벌 2세, 3세의 경우 매우 폐쇄적인 환경 속에서 이른바 황제 수업을 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비뚤어진 특권 의식에 빠지기 쉽다”면서 “공정위의 한화그룹 조사는 최종 결과가 나와봐야 하겠지만 김 회장의 지나친 자식사랑이 혹시라도 일감몰아주기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닌지를 한번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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