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윤미향 사건은 민주당 안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현재까지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윤미향을 감싸고 있다. 사실 관계 확인이 먼저라는 얘기다. 이것도 이해할 수 없다. 검찰이 이미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사법처리 수순을 밟고 있는데도 마이웨이다. 삼척동자도 윤미향의 잘못을 지적하는데 여당은 웬일인지 뜸을 들이고 있다.
윤미향까지 낙마시킬 수 없어 그럴 지도 모르겠다. 앞서 당에서 쫓겨난 양정숙 당선자와는 너무 딴 판이다. 드러난 사실만 보면 윤미향이 양정숙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못 하지 않다. 윤미향은 비리의 종합세트를 보는 것 같다. 반면 양정숙은 부동산 투기나 탈루 의혹을 받고 있다. 양정숙은 의혹이 불거지자마자 바로 검찰고발까지 했다.
일부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이 같은 태도를 못 마땅해 하고 있다. 마침내 김영춘 의원이 윤미향은 사퇴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사퇴론을 제기했다. 당연히 그런 주장이 나왔어야 했다. 오히려 뒤늦은 감도 없지 않다. 지도부는 당황스러울 터. 여당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야 한다. 더 감싸다가는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에서 "윤 당선인에 대한 의혹이 이제 해명과 방어로 끝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면서 "본인도 일정한 일부 문제들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당선인 신분에서 사퇴하고 원래의 운동가로 돌아가 백의종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춘의 해법이 백 번 맞다. 이 문제를 처음 꺼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도 그런 주장을 편 바 있다.
김 의원은 "후원금 및 보조금 사용과 관련해 여러 문제가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면서 "현재 민주당의 입장은 각종 감사와 수사 결과를 보고 나서 조치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지만, 이는 국민 여론과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은 윤미향을 버린 지 오래다. 당만 윤미향을 비호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김영춘은 당 지도부도 압박했다. 그는 "이 문제는 거대 여당이 국정과 당 운영을 어떻게 해나갈지 국민이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 같다"면서 "더 늦기 전에 금요일(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신속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당은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25일 예정)과 여론의 추이를 더 지켜본 뒤 결정을 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민심은 볼 것도 없다. 김영춘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자고 나면 의혹이 커진다. 한 두 개가 아니어서 일일이 거론하기도 쉽지 않다. 윤미향의 진술도 오락가락한다. 거짓말을 하기 때문에 그렇다. 시민운동가에게 가장 요구되는 항목이 정직이다. 윤미향은 그동안 체만 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용수 할머니에게 가 무릎을 꿇은 심정이라면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 더는 추한 꼴을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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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