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사찰' 의혹 세스코, 인사실도 뒷조사 개입?...전찬혁 대표 향하는 檢 ‘칼날’
'직원 사찰' 의혹 세스코, 인사실도 뒷조사 개입?...전찬혁 대표 향하는 檢 ‘칼날’
  • 정우람 기자
  • 승인 2020.05.2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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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노조 간부 “인사실 화이트보드서 고영민 노조위원장 동향 기록 목격”...회사측, '사찰 개입' 의혹에 함구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세스코 본사 / 네이버지도 제공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세스코 본사 / 네이버지도 제공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 기자] 지난 15일 MBC가 추가 사찰 영상을 입수해 보도하면서 국내 최대 방역업체 세스코(대표 전찬혁)의 직원 불법 사찰 사건이 재점화되고 있는 가운데, 내부 직원이 세스코 본사 인사실의 사찰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세스코에 근무했던 한 전직 노조 간부는 22일 서울이코노미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2017년 본사 작업을 하던 도중 본사 내 인사실 화이트보드에서 고영민 세스코 노조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 내용이 적혀 있는 것을 봤다”고 공개했다. 그는 “고 위원장이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났다는 기록 등이 쓰여 있었다”고 덧붙였다.

당초 세스코 사찰은 ‘시장조사팀’이라는 별도의 사조직을 통해 이루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조직이 회사의 명령과 통제에 따라 움직였다는 의혹 제기가 잇따랐지만 세스코는 이른바 ‘꼬리자르기’를 통해 본사와의 연관성에 선을 그어왔다.

앞서 세스코 고영민 노조위원장은 노조 차원에서 사찰을 주도하고 실제 실행한 것으로 알려진 ‘시장조사팀’의 윗선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보고서가 존재한다는 얘기는 A가 B에게 전달하는 보고 ‘라인’이 있다는 것”이라며 “그 윗선에는 현직 경영진 뿐 아니라 퇴직자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사건 관련자의 증언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장조사팀이 정확히 어느 시점,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었다. 또 ‘윗선’이 어디까지인지 특정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증언은 세스코 인사실이 별도로 직원 사찰을 진행했거나, 혹은 시장조사팀과 협업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경찰의 수사 '칼끝'이 전찬혁 세스코 대표로 향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사실 혹은 시장조사팀을 움직인 최종 책임자를 전찬혁 대표로 결론짓고, 경찰 및 검찰이 수사방향을 재설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미 1차 고발인 조사가 이루어졌고, 경찰 조사 역시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 대표의 경찰 소환 날짜는 정확히 잡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일부 언론에 소환이 임박했다고 나왔는데, 정확한 소환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자료를 더 보강해 전 대표 소환 일정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세스코 노조의 불법 사찰 고발장
세스코 노조의 불법 사찰 고발장

세스코 노조, 전찬혁 대표 비롯한 관계자들 개인정보보호법·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1월20일 서울 동부지검에 고발

앞서 노조는 세스코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들을 개인정보보호법·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1월 20일 서울 동부지검에 고발했다.

당시 고발 직전 기자회견에 한 사찰 피해당사자가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그는 “(사찰이) 실제 발생하는 일인지 몰랐고 내가 직접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또 다시 해코지를 당할 것 같고 가족 역시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이 자리가 무섭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 측 법률대리인으로 선임된 류하경 법무법인 휴먼 변호사는 “사측은 퇴직자의 이름, 연락처, 주소, 차량 번호뿐 아니라 기상 시간, 동선, 접촉 인물 등 사생활까지 분 단위로 감시해 보고서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스코의 사찰은 사생활 보호의 기본권, 행동의 자유권, 나아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로 결코 가볍지 않은 사안”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개인 우편물을 무단 개봉한 사실도 알려졌다.

앞서 고영민 노조위원장은 “MBC 보도 이후 현직자 중 두 분이 유사 피해를 당했다고 제보를 해왔다”며 “앞으로도 계속 내부 제보를 받고 관련 피해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도 밝힌 바 있다.

지난 1월 13일 MBC는 세스코가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사찰을 했다는 첫 보도를 한 이후 일주일 뒤인 같은 달 20일 본사가 2018년 현직 지사장을 CCTV로 감시했다는 후속보도를 내보냈다. 해당 지사장 외에 2명의 현직자가 추가로 피해를 당했다며 제보를 해온 것이다. 노조 측은 퇴직자뿐 아니라 현직자들의 피해 제보도 지속적으로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 위원장은 또 “피해당사자들이 사내 커뮤니티를 조직해 사측에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조는 2014년 4월부터 2017년 2월까지 근 3년간 퇴직자 사찰 기록을 담은 157페이지 분량의 ‘동향조사보고서’에 이름이 오른 58명 중 30여명이 이에 참여하고 있으며, 추가적으로 피해를 당한 이들 중에서도 같이 활동할 인원을 모집 중에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이 가운데 20여명이 사측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하는 등 집단 행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 1월 20일 한국노총 산하 세스코 노동조합이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세스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때의 피켓 모습 / 세스코 노조 제공
지난 1월 20일 한국노총 산하 세스코 노동조합이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세스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때의 피켓 모습 / 세스코 노조 제공

세스코, 사찰 사건과 관련해 “회사의 횡령 및 배임 가능성도 존재” 주장 나와...시장조사팀의 임금을 회삿돈으로 지급한 정황 포착돼

노조는 세스코가 영업 비밀을 보호하고, 동종 업계로의 이직을 막기 위해 퇴직자들을 사찰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이유로 ‘영업비밀보호 및 전직금지각서’와 ‘영업비밀보호 보충각서’를 지목했다. 해당 각서는 “회사의 영업비밀을 누설하거나 회사 재직 중 혹은 퇴직 후 5년간 국내 및 해외에서 경쟁사 및 동종업계로 전직할 경우 위약금 5억원을 조건 없이 배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방역업계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지켜온 세스코에게 경쟁자 출현은 가장 큰 위협이다. 이 때문에 퇴직자들의 동종업계 이직이나 창업 등을 막기 위해 사측이 사찰과 같은 비상식적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세스코는 사실상 관련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법 사찰 등을 통해 기술의 유출 등을 필사적으로 막는 행위는 영구적인 독점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MBC 보도에 따르면 세스코를 퇴직한 연구원이 1년 만에 다른 기업으로 이직하자 세스코가 해당 연구원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에 제출한 영상 등 자료 자체가 불법 사찰을 통해 만들어진 탓에 그 적법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영업비밀 각서’ 자체가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나아가 고 위원장은 그동안 이어진 사찰 사건과 관련해 “회사의 횡령 및 배임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시장조사팀은 애초에 사조직으로서 만들어졌고, 이들에 대한 임금이 비공식 경로를 통해 회삿돈으로 지급된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사찰 사실에 더해 횡령 사실 또한 사실로 밝혀진다면, 책임자가 받게 될 형은 더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하면 당사자의 동의 없이 수집한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또 업무상 횡령죄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횡령으로 인한 피해 금액이 5억원 이상일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처벌 받을 가능성도 있다.

세스코의 전직 고위간부는 “퇴직자 가족들 신상정보까지 수집한 사측의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할 수도 있지만, 워낙 많은 불법 행위에 대해 대응하고 있어 그 부분에 관해 확정된 바는 없다”고 전했다.

한편 회사 측은 동향보고서의 존재 자체에 대해 부정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시장조사팀의 존재 여부와 사찰에 대해서는 “그런 사실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언론사 취재진과의 연락을 차단한 채 전찬혁 대표의 사찰 개입 의혹에도 여전히 입을 꼭 다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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