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우리 “최대주주만 피하자”...라임 배드뱅크 발 빼기 ‘신경전’
신한-우리 “최대주주만 피하자”...라임 배드뱅크 발 빼기 ‘신경전’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0.05.2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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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자 기준 따라 최대주주 바뀔 수 있어...시민단체 “면죄부 수단에 불과, 즉각 중단해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왼쪽)과 신한은행 본점 / 연합뉴스 및 각 사 제공
서울 중구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왼쪽)과 신한은행 본점 / 연합뉴스 및 각 사 제공

[서울이코노미뉴스 김태일 기자] 1조6000억원대 환매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자산운용의 부실 펀드를 처리하기 위한 ‘배드뱅크’ 출범을 앞두고 은행, 증권사 등 판매사들이 최종 책임을 져야하는 최대주주 자리를 맡지 않기 위한 눈치 게임을 벌이고 있다.

배드뱅크는 금융회사의 부실 자산을 처리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별도의 자산운용기관이다.

판매사들은 지난 12일 배드뱅크를 세워 라임의 환매 중단 펀드들을 넘겨받아 자산을 회수하겠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금융감독원에 전달했다.

24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배드뱅크 설립에 참여하기로 한 라임 펀드 판매사 20곳은 큰 틀에서 합의를 하고 세부 내용을 조율하고 있다.

판매사들은 부실 펀드를 라임자산운용에 계속 맡기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고객 피해가 지속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배드뱅크 설립으로 사태를 신속히 매듭짓는 게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설립될 배드뱅크의 자본금은 약 50억원, 운영 기간은 6년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키움증권, 메리츠증권을 비롯한 일부 판매사는 구체적 출자 규모나 방법 등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또 직접 판매액이 크지 않다며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배드뱅크 설립은 사실상 교착 상태였다. 하지만 라임 펀드 판매를 통해 수수료를 챙긴 것은 확실한 만큼 배드뱅크에 참여해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다른 판매사들의 요구에 두 회사도 내부 논의를 거쳐 결국 참여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배드뱅크를 위한 각 판매사별 출자비율, 출자금액, 펀드 이관 범위 등에 대한 논의만 남겨두고 있다.

그런데 판매사들은 출자비율과 금액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판매사들 입장에선 최대주주로 올라섰다가 자칫 책임을 떠안아야 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언론과 여론의 관심을 받아야 하는 부담스러운 자리이기도 하다.

지금으로선 라임 펀드 판매액에 비례해 배드뱅크 출자비율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단일 금융사 기준으로는 우리은행이 3577억원으로 가장 많다. 그런데 그룹사를 놓고 보면 신한금융그룹(신한금융투자 3248억원, 신한은행 2769억원)이 월등히 앞선다.

금융당국은 이들 판매사가 설립 합의만 끝내면 조속히 신규 등록 및 출자 심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배드뱅크는 이르면 이달 내로 출범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서면 기자간담회에서 “5월 중 배드뱅크를 설립하고 6월에는 (라임자산운용 제재에 대한) 윤곽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판매사들이 최대주주 자리를 놓고 막판 신경전을 이어가면서 공식 출범이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제재도 동시에 가속화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라임으로 인한 막대한 투자자 피해 규모 등을 감안하면 면허 취소나 영업 정지 등의 중징계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투자자 단체 등을 중심으로 배드뱅크 설립 자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소비자원은 “배드뱅크 설립은 피해자 구제책이 아닌 금융당국과 금융사의 책임회피 수단”이라면서 “배드뱅크 추진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소원은 “배드뱅크가 출범해도 부실화가 심각해 투자금 회수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판매사들은 소액의 자본과 인력만 지원하면 라임사태 관련 경영부담을 배드뱅크에 떠넘기고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소원은 금감원이 배드뱅크 설립을 계속 추진한다면 “피해자들과 함께 법적 고발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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