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오는 투자자 몫”...한화·현대重, ‘예멘4광구’ 투자금 못 돌려받는다
“착오는 투자자 몫”...한화·현대重, ‘예멘4광구’ 투자금 못 돌려받는다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0.05.2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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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2심 뒤집고 석유공사 손 들어줘...“고위험 사업 인지, 계약 무효 사유 안 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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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코노미뉴스 김태일 기자] 예멘 유전사업에 참여했다 손실만 보고 발 뺐던 한화와 현대중공업(현 한국조선해양)이 한국석유공사를 상대로 낸 투자금 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패했다. 결국 투자했던 수백억원 중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한화가 석유공사를 상대로 낸 선(先)보상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고 26일 밝혔다.

석유공사는 2005년 7월 예멘석유공사로부터 예멘 4광구 운영권의 50%를 5510만달러에 낙찰받았다. 이듬해 낙찰 지분 중 5%는 한화에, 15%는 현대중공업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와 현대중공업은 지분매입비에 더해 보상금을 얹어 지급하는 조건으로 이를 인수했다. 보상금으로 지분매입비의 105%의 프리미엄을 추가로 냈다. 한화는 총 1129만달러(지분매입비 551만달러, 보상금 578만달러), 현대중공업은 지분매입비 1650만달러와 보상금 1730만달러를 합쳐 총 3380만달러를 석유공사에 지불했다.

한화그룹 건물 / 연합뉴스
한화그룹 건물 / 연합뉴스

하지만 예상은 엇나갔다. 유전사업이 지속적 내리막길을 걸은 것이다. 당초 예상은 2억6250억배럴의 원유가 매장돼있고 보수작업 등을 통해 일일 생산량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 원유 생산량을 계속 유지하려면 중장기적으로 막대한 광구 개발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는 새로운 기술 평가가 나왔다.

이 분석이 현실이 됐다. 실제 광구를 운영하는 동안 누적 손실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연간 225만달러 손실이 발생했고, 2013년 9월 철수 당시에는 8074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앞선 예상 순이익은 1억7200만달러였다.

결국 석유공사는 2013년 한화, 현대중공업과 계약을 해지했다. 사업권은 예멘 측에 반납했다. 하지만 두 회사는 지분매입비와 보상금을 이미 지불한 터라, 수중에 남은 것이 없었다. 손해만 보고 물러난 것이다. 이후 두 회사는 석유공사에 보상금만이라도 보전해달라고 소송을 걸었다.

1심과 2심은 모두 한화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계약이라는 법률행위를 취소하려면 계약 중 ‘중요 내용의 착오’가 있어야 하는데, ‘사업 경제성 저하’가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즉 예상이 단순히 빗나간 것이 아니라 한화가 석유공사의 실사 자료를 보고 ‘광구의 경제성’이라는 실제 없는 사실을 있는 사실로 잘못 인식한 착오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한화가 광구의 사업 가치가 낮다는 사실을 올바르게 인식했다면 지분매입비는 차치하더라도 프리미엄 보상금을 추가로 지불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나아가 한화에 지분매입비는 물론 보상금 손실까지 떠안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하고, 석유공사가 한화에 보상금 명목의 59억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대법원이 이를 뒤집었다. 재판부는 단지 한화의 ‘예측 실수’라고 판단했다. 한화가 애초에 유전사업이 석유의 매장량, 회수 가능성 등에서 불확실성이 농후한 고위험 사업이라는 점을 전제로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석유공사가 사업의 수익성과 함께 위험성도 알렸기 때문에 한화가 투자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봤다. 광구의 경제성이 계약 이후 하락했다고 해도 계약을 무효로 돌릴 만한 ‘법률행위의 착오’로까지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화는 지분매입비와 보상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됐다.

현대중공업 / 연합뉴스
현대중공업 / 연합뉴스

대법원은 현대중공업에 대해서도 한화와 같은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현대중공업이 한화와 같은 이유로 석유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현대중공업은 선보상금에 더해 투자비 일부도 반환 청구했지만, 빈손으로 물러나게 됐다.

1심은 석유공사에 보상금 179억원만 돌려주라고 했지만, 2심은 지분매입비는 물론 보상금도 반환할 필요 없다고 판결했다. 해당 재판부는 “광구의 경제성에 대한 평가는 궁극적으로 원고가 위험부담을 안고 가야 하는 것”이라며 석유공사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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