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미래에셋에 과징금 44억원 부과
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미래에셋에 과징금 44억원 부과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0.05.2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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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회사에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부당 이익 제공"...검찰 고발 안해 ‘봐주기’ 논란도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 연합뉴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 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김태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11개 계열사를 총동원해 총수 일가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미래에셋그룹에 시정명령과 함께 40억원대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 고발은 하지 않아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위는 27일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들이 미래에셋컨설팅과 상당한 규모의 거래를 통해 부당 이익을 몰아준 사실이 드러나 시정명령과 함께 43억9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미래에셋대우 10억4000만원, 미래에셋자산운용 6억400만원, 미래에셋생명보험 5억5700만원 등 계열사에 22억4000만원을 부과했다. 이들의 지원을 받고 부당 이익을 취한 미래에셋컨설팅은 21억51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현주 회장 48.63%, 박 회장 배우자 및 자녀 34.81%, 기타 친족 8.43%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 91.86% 가진 사실상 가족회사다.

래에셋그룹 11개 계열사들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에 걸쳐 미래에셋컨설팅이 운영하는 포시즌스서울호텔, 골프장 블루마운틴컨트리클럽(현 세이지우드 홍천)을 집중적으로 이용하는 등 미래에셋컨설팅에 의도적으로 일감을 몰아줬다. 심지어 두 회사 이용을 암묵적 원칙으로 세워 다른 호텔이나 골프장 이용도 제한했다.

또 미래에셋컨설팅은 골프장 바우처를 발행해 미래에셋대우·미래에셋생명에 배정했고, 호텔 선불카드와 바우처를 주요 3사(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생명보험)에 할당하기도 했다.

계열사들은 고객 접대나 행사·연수를 포시즌스호텔과 블루마운틴CC에서 진행하고 명절 선물도 그룹 통합구매 방식으로 변경해 이들 호텔과 골프장을 공급처에 추가했다. 블루마운틴CC 진입로, 카트 동영상 및 직원 유니폼 등에 계열사 로고 광고를 주는 식으로 이익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타 업체와의 합리적인 가격 비교나 타당성 고려는 없었다.

갖가지 방식으로 이 기간 동안 내부거래를 통해 포시즌스호텔 133억원, 블루마운틴CC 297억원 등 총 430억원의 이익을 챙겼다. 이는 두 회사의 전체 매출액(1819억원)의 23.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계열사들이 적극적으로 일감을 떠안겨준 덕에 이들 회사는 막대한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포시즌스호텔은 2015년 개장 이후 3년 만에 눈에 띄게 줄어든 적자폭을 보이며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다. 블루마운틴CC의 경우 2016년 약 72%에 이르는 계열사 매출을 올리며 2013년 개장 이후 3년 만에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미래에셋컨설팅 역시 이에 힘입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2017년 호텔 관련 사업부문에서 매출액 기준 8위에 이름을 올렸고, 회사 총매출액도 2014년 176억원에서 2017년 1100억원으로 6배 넘게 뛰었다.

공정거래위원회 /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 / 연합뉴스

공정위는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박 회장 가족회사에 부당 이익을 안겨줬다고 봤다. 이에 따라 이들 행위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판단해 과징금 제재를 결정했다.

총수 일가가 일정 지분(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을 보유한 계열사와 거래하는 경우 사업 능력, 가격, 거래조건 등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고려와 비교를 해야 한다. 일반회사와의 거래에서보다 타당성을 엄밀히 따지도록 규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에셋그룹은 이 과정을 건너뛰었음은 물론 애초 총수 가족회사에 조직적으로 일감을 몰아줄 의도로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고려한 듯 공정위는 이례적으로 적극적 제재에 나섰다. 특수관계인 일감 몰아주기 사건을 엄중하게 따지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던 과거와 비교되는 태도다. 이번 제재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중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는 상당 규모의 거래’ 규정을 단독으로 적용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하지만 ‘봐주기’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물론 법인에 대한 검찰 고발도 없었다. 공정위 사무처가 검찰 고발을 제시했지만 전원회의에서 기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이 사건에서 박 회장은 ‘지시’가 아닌 ‘관여’를 해 위법성의 정도가 중대하다고 보지 않았다”고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박 회장 일가 회사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본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이는 공정위의 변명일 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아가 미래에셋그룹의 발행어음업 인가 심사 상황을 감안해 준 거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미래에셋은 지난 2017년 11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요건을 충족하고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되면서 금융위원회에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 혐의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면서 2년 넘게 금융위 심사가 미뤄졌다. 자본시장법상 대주주가 공정위 등 조사를 받고 있으면 심사를 중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과징금에 더해 검찰 고발까지 단행됐다면, 인가 심사는 무기한 연기될 상황이었다. 그러나 공정위가 과징금 제재로 사건을 매듭지으면서 금융위 심사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 처리를 통해 대기업집단이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위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준수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가 예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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