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첫 조사에서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 전혀 없다”고 혐의 부인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9일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차 소환해 조사했다.
지난 26일 17시간에 걸쳐 조사한 지 사흘 만에 다시 소환한 것이다. 첫 조사에서 이 부회장은 관련 의혹들에 대해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에서는 삼성을 둘러싼 많은 논란이 경영권 승계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말하면서도 관련 의혹이나 혐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 내용을 토대로, 조만간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이날 오전 이 부회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과 관련해 제기된 각종 불법 의혹 가운데 이 부회장이 첫 조사에서 부인한 대목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일련의 불법행위 ‘최대 수혜자’라는 것이다.
검찰, 불법 행위를 기획·실행한 주체, 그룹 수뇌부 관여 여부 집중 추궁
검찰은 이에 따라 합병·승계 과정에서 나타난 불법 행위들을 기획·실행한 주체가 누구이며, 이 부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그룹 수뇌부가 어디까지 보고받고 지시 내렸는지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지만 삼성물산 주식은 없었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합병비율이 산정됨에 따라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삼성은 합병비율을 제일모직 1대 삼성물산 0.35로 맞추기 위해 삼성물산 주가를 떨어뜨리고 제일모직 가치는 부풀렸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삼성물산은 2015년 상반기 신규주택을 300여 가구만 공급했으나 주주총회에서 합병이 결의된 이후 서울에 1만994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2조원의 규모인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기초공사 수주 사실을 합병 결의 이후인 2015년 7월 말 공개했다.
2015년 제일모직이 보유한 에버랜드의 표준지 공시지가가 전년보다 최대 370% 급등했다. 국토교통부는 자체 감사를 벌인 결과 외부의 압력 등이 개입했을 수 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삼성바이오의 회계사기 혐의 역시 경영권 승계 작업과 무관치 않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당초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5년 합병 이후 콜옵션을 1조8000억원의 부채로 잡으면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4조5000억원의 장부상 이익을 올렸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콜옵션을 반영하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데다 합병비율의 적절상 문제가 다시 제기될 것을 우려해 회계처리 기준을 부당하게 변경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수사의 정점인 이 부회장에 대한 두 번 째 조사를 끝으로 1년6개월간 진행된 삼성 관련 수사가 이른 시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