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삼성 이재용을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꼭 삼성 이재용을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 오풍연
  • 승인 2020.06.0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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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만이 능사 아니다...불구속 기소 한 뒤 법정서 유무죄를 가려도 돼

[오풍연 칼럼] 삼성 수사 막바지에 복병을 만났다. 이재용 부회장측이 3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한 것. 이는 검찰과 정면 승부를 한번 해보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이 부회장이 '기소의 타당성' 자체를 따져보자고 나왔다. 그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 중이던 검찰은 "허를 찔렸다"는 분위기다. 수사 전문가가 아닌 외부인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에 이 사안이 올라갈 경우, 거기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어느 쪽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별개로 삼성 수사는 너무 오래 끌었다. 검찰도, 삼성도 사정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삼성이 입은 타격은 적다고 볼 수 없다. 걸핏하면 CEO 등 임원들을 소환했고, 압수수색도 여러 차례 했다. 검찰은 수사상 필요해서 그랬다고 설명할 터. 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모든 일손을 놓다시피 해야 한다. 그것을 금액으로 따진다면 이루 말할 수 없을 게다.

나도 삼성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검찰 수사도 문제가 많다고 본다. 기업 수사는 가급적 빨리 끝내는 것이 좋다. 조사 결과 혐의가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종결해야 한다. 그런데 시간을 질질 끌으니 기업도 지치고, 보는 사람도 짜증난다. 지금까지 삼성 수사는 몇 년을 끌어오고도 끝내지 못했다.

삼성 수사를 한 번 보자. 그동안 재계에선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 수사 장기화로 기업 경영에 타격이 크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 2018년 12월부터 1년 6개월간 이어진 이번 수사로 이 부회장을 포함한 삼성 경영진 30명이 100차례 이상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를 두고 "환부만 도려내는 수사가 아니라 환부가 나올 때까지 파는 해부식 수사"라는 말들이 나왔다. 검찰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우리 경제가 가뜩이나 어렵다. 한국 경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삼성이 미워도 그 역할이나 기여도는 인정해야 한다. 이재용 수사는 신상털기처럼 비친다. 그를 잡아넣기 위해 끝까지 파헤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것은 공정한 수사라고 볼 수 없다. 꼭 구속만이 능사도 아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불구속 기소를 한 뒤 법정에서 유무죄를 가려도 될 사안이라는 게 내 판단이다.

물론 삼성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안다. 그렇더라도 꼭 구속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렸으면 한다. 이재용이 구속된다고 삼성이 무너질 리는 없지만, 오너 부재로 인한 경영 공백은 예상보다 훨씬 크다. 심의위에서 어떤 결정이 나든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 했으면 한다.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을 탓할 생각은 없다. 피의자 입장에선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될 경우 모든 절차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도 한국 경제 전체를 보기 바란다. 그렇다고 삼성을 봐주라는 뜻은 아니다. 이번 삼성 수사는 오해도 살 만하다. 이재용 죽이기로 비쳐지는 까닭이다. 검찰권 행사는 공정해야 한다. 칼도 함부로 휘두르면 안 된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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